[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류의 화성행, 말과 마차, 부츠까지 준비됐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두 가지 성공에 대한 평가다.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화성까지 약 6개월간 항행했다가 돌아오기 위한 로켓ㆍ우주선은 물론 안전한 착륙을 위한 수단도 마련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아르테미스 1호는 말과 마차 격이다. 아르테미스 1호의 발사체인 SLS(Space Launch System) 초대형 발사체는 '말', 상단부에 실려 현재 달에 가고 있는 오리온 우주선은 '마차'다.
SLS와 오리온 우주선은 NASA가 달은 물론 화성 탐사까지 고려해 개발 중이다. SLS는 길이 98m에 달하며 인류 역사상 최강 추력을 자랑해 27t의 화물을 대기권 밖으로 실어 나를 수 있다. 오리온 우주선도 2명의 우주비행사가 화성까지 다녀올 수 있도록 장시간 생존을 보장해주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설계됐다. NASA는 2024년 유인 시험 발사, 2025년 실제 달 착륙 등에서 추가로 성능을 검증ㆍ개선한 다음 2030년대 이후 진행될 화성 유인 탐사에 SLS와 오리온 우주선을 활용할 계획이다.
화성행 우주인의 안전을 보장할 '부츠'도 마련됐다. 즉 우주선의 화성 착륙 시 위험을 해소할 방법이 생겼다. 화성은 지구보다 훨씬 대기가 희박해 1~2t에 불과한 기존 탐사선ㆍ로버들이 낙하산을 펼쳐도 최대 시속 1만9000km의 빠른 속도로 추락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화성 대기권 진입 후 착륙까지 걸리는 시간을 '공포의 7분'으로 부르는 이유다. 특히 앞으로 화성에 가게 될 유인 우주선은 무게가 최소 20t은 되기 때문에 안전한 착륙을 위해선 별도의 고민이 필요했다. 역추진 로켓 장착은 연료 및 자체 무게 때문에 화성까지의 먼 거리를 고려할 때 비효율적이다.
이래서 개발된 게 팽창형 감속기(Inflatable Decelerator)다. 우주선 밑바닥에 장착해 출발할 때는 접어놓았다가 착륙 시 비행접시 모양으로 펼쳐진다. NASA 엔지니어들이 어린이들의 고리 쌓기 장난감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했다. 외양상 마치 비행접시 같다. 직경 6m의 크기로, 미약한 공기 부양력을 최대화해 속도를 늦추고 대기 마찰열로부터 우주선을 보호한다. NASA는 지난 10일 지구 저궤도에서 이 장치를 펼친 후 낙하시키는 실험을 진행했고, 이후 대서양에서 인양해 충격 및 마찰열로부터 얼마나 손상됐는지 등 성능을 검증하고 결과를 분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인양시 부터 너무도 멀쩡한 외양으로 실험 성공을 강력히 시사했다는 게 NASA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후 지난 일주일간 구체적인 점검이 이뤄졌으며 '성공'이라는 잠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NASA 관계자는 "(인양 시) 정말 아름다워 보였고 새것 같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면서 "내년까지 더 세밀한 조사를 통해 실험 결과를 완벽하게 분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NASA는 이번 실험 결과를 토대로 실제 화성행 우주선에 부착할 만한 크기의 팽창형 감소기를 제작할 계획이다. 20t가량의 우주선을 안전하게 착륙시키기 위해선 현재보다 약 3~4배 더 크기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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