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오는 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와 23일 전국철도노조의 총파업(운송거부)이 예고되면서 시멘트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시멘트업계도 지난 6월 8일간의 화물연대 파업과 지난 5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인명사고로 인한 열차 운행 중단 등 잇따른 악재에 한숨 짓고 있다.
17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를 운반하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는 총 3000여대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인 1000여대가 화물연대 가입 운송 차주다. 화물연대는 다음 달 31일로 명시된 안전운임제 유효기간과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차량으로 제한된 안전운임제 적용 차종과 품목을 철강재 등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고, 철도노조도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화물연대는 파업에 돌입하면 비화물연대 운송 차주의 운행을 방해하고, 시멘트공장 정·후문을 가로막아 시멘트 운송을 마비시켜 왔다. 시멘트는 BCT와 철도, 선박 등으로 운반되는데 선박은 수출용으로만 사용돼 화물연대가 BCT 운행을 막고, 철도노조가 철도 운행을 막으면 사실상 모든 물류 이동이 차단되는 것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현실화하면 수요처인 레미콘공장과 전국 건설 현장에 공급하는 시멘트 운송은 사실상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도 지난 14일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이번 파업은 유례없이 강력한 총파업으로 일시에 모든 산업을 멈추겠다"고 확실히 주지했다.
수도권 남부지역의 시멘트 공급을 담당하는 오봉역 열차 운행 중단으로 수도권 시멘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가 악재가 덮친 것이다. 오봉역은 쌍용C&E,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성신양회, 삼표시멘트, 아세아시멘트, 한라시멘트 등 7개 시멘트 사들의 출하기지가 모여 있는 곳이다. 매주 5만7000여t의 시멘트를 출하하는데 이는 수도권 시멘트 소비량의 40%에 해당한다.
문제는 매년 9~12월 초까지는 평소 출하보다 대략 20% 이상 시멘트 판매량이 많은 극성수기라는 데 있다. 한 해 실적을 결정하는 시기의 운송거부는 시멘트업계에 치명적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지난 6월 8일간의 화물연대 파업으로 매출 손실만 1061억원에 달했던 시멘트업계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라면서 "시멘트업계는 사상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업계는 안전운임제 연장과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와 달리 안전운임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를 운영한 결과, 1200억원가량의 물류비 부담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육상물류비가 40%가량 인상됐지만, BCT 부족과 잦은 파업으로 시멘트 적기 공급에 차질을 빚는 등 화주(시멘트업계)의 부담만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도입으로 인한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예정대로 종료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전 산업에서 대규모 피해가 예상된다. 파업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응주 화물연대 교육선전국장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화물연대와 안전운임제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던 합의를 부정·폐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면서 "화물차주들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데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화주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파업은 예정대로 강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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