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가상거래소들의 유동성 리스크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국내에서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5개 가상자산거래소의 재무정보를 분석한 결과, 투자자들이 맡긴 예탁금이 은행계좌에 보관하고 있는데다, 한꺼번에 인출하는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에도 지급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거래소는 1년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이 코인에 집중, 가격 급락이나 코인 사고 등에 대해선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빗썸이 최근 공시한 올해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290억원이다. 1년안에 갚아야하는 자금으로 분류되는 유동부채는 9171억원인데 이중 회원 예치금은 8664억원이다. 빗썸을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예치금을 인출할 경우에도 모두 지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두나무의 경우 연결기준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만큼 아직 3분기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았다. 다만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유동자산이 1년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6조765억원에 달했고, 유동부채 4조9591억원이었다. 투자자 예탁금을 의미하는 예수부채가 4조6117억원 규모로, 대량예금인출사태인 ‘뱅크런’이 발생해도 여유가 있는 수준이다.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인 코인원과 코빗도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각각 3726억원과 866억원으로, 2783억원과 706억원의 투자자 예치금을 웃돌았다.
문제는 고팍스다. 올해 4월 원화마켓에 진입한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는 지난해 말 기준 투자자 예치금이 29억원인 반면, 현금성 자산이 26억원에 그쳤다. 다만 이 회사는 유동성 자산이 352억원에 달해 뱅크런이 발생해도 지급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유동자산 대부분이 가상자산(92억원)과 투자가상자산(131억원)에 쏠렸는데 현금성 자산보다 가상자산 규모가 큰 거래소는 고팍스가 유일했다.
두나무가 보유한 가상자산은 비트코인(1만1248개, 2875억원)과 이더리움(4056개, 55억원), 테더(8195만개, 108억원) 등 3236억원 규모였고, 빗썸은 733억원 상당의 코인을 갖고있었다. 이더리움(1만2952개, 252억원)을 가장 많이 보유 중이고, 비트코인(460개, 128억원)와 리플(69만1865개, 4억원) 등 27개의 코인을 공개했다. 비트코인의 경우 지난해 3분기 1419개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고, 리플은 오히려 20만개 넘게 늘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을 강타한 FTX 사태는 이 거래소가 발행한 토큰(FTT)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를 반복하며 부채를 키운 점이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면서 파산을 신청했다. 여기에 세계 15위 규모 거래소 크립토닷컴도 대규모 보유 코인을 다른 거래소에 송금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고객의 돈으로 계열사나 다른 거래소의 재무 상황을 부풀리는 ‘고객 돈 돌려 막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내 거래소의 경우 두나부와 빗썸은 분기마다 외부 회계감사가 이뤄지며 나머지 거래소들은 연간 단위로 감사를 받는 만큼 불투명한 재무구조로 인한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에선 선물거래나 파생상품 거래를 못하기 때문에 수수료 수익만으로 운영되는 구조"라며 "해외 거래소들처럼 과도한 부채로 인한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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