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빅3가 올해 소재·부품 등 원재료 매입에만 21조원이 넘는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아우르는 배터리 생태계가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각 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완성 배터리셀을 제조하는 배터리 3사가 올해 3분기까지 21조966억4500만원 규모의 소재·부품을 매입했다. 각 사별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10조7700억6500만원, SK온 2조6099억8000만원, 삼성SDI가 7조7166억원 등이다. 이는 각 사 누적 매출의 50%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배터리 빅3가 막대한 원재료 시장을 모두 내재화 하지 않음에 따라 중소·중견기업들이 소부장 영역 등에서 기술경쟁력을 갖추며 ‘배터리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소재, 부품도 존재하지만, 일부 소재는 내재화가 진행 중이며 파트너사와 함께 역할을 나눠 기술경쟁력을 배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제조사들이 제조 공정을 시스템화하고 해외 진출에 보다 강점이 있다면 중소·중견기업들은 소재·부품 기술력에 뛰어들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규모가 큰 양극재와 음극재 시장을 비롯해 전해질, 분리막 등 4대 핵심소재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들도 앞다퉈 기술 개발과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천보, 나노신소재 등 배터리 업계서는 ‘히든 챔피언(우량 강소기업)’으로 불리는 기업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소부장 생태계가 또다른 한국 배터리 산업의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건강한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는 ▲세제 혜택 ▲원자재 자체 공급망 확보 ▲폐배터리 산업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 장악에 맞서는 국가적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의 리튬·코발트·망간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각각 81%, 87.3%, 100%다. 호주·남미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급성장세를 보이는 배터리업계 공급망 다변화는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 배터리 원재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세계 최대 코발트 매장국인 콩고에 600만달러(78억1000억원)의 재정을 긴급 제공했다. 또한 세계 리튬 생산량의 78%를 차지하는 호주와 칠레에 1447억달러(164조4000억원) 대규모 투자했다. 일본의 경우 배터리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캐나다·호주 정부 또한 최근 핵심 광물 매장 정보를 공유하는 지도를 만들며 협력에 나섰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생태계를 제대로 조성하고, 그동안 약점으로 언급됐던 기초·재료 부문의 인력도 양성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혁신 인재와 산업기술 인재 양성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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