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계화 인턴기자]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통신매체에서는 미성년자가 성인인증 없이 '술먹방(술 마시며 방송)'하는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이 무분별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술먹방을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은 아직 없다. 청소년 음주 조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통신매체를 규제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유튜브 음주 영상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의 음주 콘텐츠 100개 중 90개는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음주 중 부정적 행동(과음, 폭음, 폭탄주, 욕설, 성적인 묘사 등)도 보여준다. 주류 제품을 광고하는 듯한 내용 역시 담겨 있다. 평균 조회수는 80만회 정도로 아동·청소년에게도 상당 부분 노출됐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청소년 중 처음 1잔 이상의 음주 경험한 평균 연령은 13세다. 2021년 청소년 음주자의 위험음주율(최근 30일 동안 1회 평균 소주 3잔 이상)은 45.5%로 높다. 특히 음주자 중 여학생은 성인 여성보다 높은 위험음주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청소년 여학생 위험음주율은 52.9%로, 같은 해 성인 여성 월간음주율(19세 이상 성인 여성 중 한 달에 1회 이상 음주한 사람)인 47.8%보다 높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치료 전문 병원인 다사랑중앙병원 김석산 원장은 "청소년들은 아직 올바른 음주관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며 "미디어를 통해 희화화된 만취 모습을 접할 경우 음주와 폭음의 심각성에 무뎌지기 쉽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개인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TV 같은 방송매체는 방송법 심의 규정에 근거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주류 광고를 엄격하게 심의한다. 법을 위반한 주류 광고를 송출하면 광고 내용을 변경하거나 금지를 명할 수 있다. 위반할 때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통신매체에서는 청소년 계정을 차단하는 등의 보호 장치가 없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1~6월 주류 광고 기준 위반 건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895건(95%)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인쇄매체 22건(2%), 웹 배너 등 디지털 15건(1%), 방송매체 8건(1%)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유튜브와 OTT 등 통신매체상 주류 광고의 규제 위반 적발은 단 1건도 없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유튜브나 OTT에 올라오는 술 관련 콘텐츠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며 "중장기적으로 통신매체에서 주류 광고를 규제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이다 맥주' '새우깡 맥주' 등 친근한 식품을 활용한 맥주 제품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남 의원은 "대중적인 이미지가 주류 마케팅으로 이용되면서 청소년에게 음주에 친화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협업 주류 광고의 별도 가이드라인 신설 등 제도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주류 마케팅 폐해 예방 예산과 인력을 확충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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