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배달 매출 다음날 받으세요" 소상공인 선정산 돕는 ‘얼리페이’

장환성 얼리페이 대표 인터뷰
자영업자 '현금 유동성' 해결
경남은행과 제휴 맺고
매출 정산액 다음날 입금

얼리페이는 지난 9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사이언스 스타트업 쇼'에 참여했다.

얼리페이는 지난 9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사이언스 스타트업 쇼'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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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이 돌지 못하고 정산 업무도 복잡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제 살겠어요. 명절, 공휴일 상관없이 매출액이 다음날 바로 입금돼서 편합니다."


경기도 부천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매출 정산주기를 하루로 앞당긴 '얼리페이'를 사용하고 나서 걱정을 크게 줄였다. 그동안 각종 카드 매출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정산까지 얽히고 설키면서 매출 관리에 애를 먹은 그였다. 특히 명절과 같은 긴 연휴가 끼면 배달 정산액이 최대 2주 후에 입금돼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인건비, 공과금, 식자재, 월세 등 써야 할 비용은 많은데 돈은 묶여 있어 매번 고민이었다. 이제는 하루 2000원의 이용료만 내면 전날 카드·배달 매출액이 다음날 계좌에 입금되는 얼리페이 선정산 서비스로 고충을 해결했다.

장환성 얼리페이 대표(사진)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영업 사장님들은 대부분 카드, 배달 정산액이 제대로 입금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며 "자금 회전이 돼야 하는데 정산이 바로 되지 않아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창업하기 전 자영업 전문 P2P 업체와 세무·노무 컨설팅사에서 일하며 전국의 자영업자들을 만났다. "현장에서 보니 사장님들이 오히려 '을'이더라고요. 고객에 치이고, 거래처에 치이고, 직원에 치이고요. 고된 업무에 심장병에 걸린 사장님도 봤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힘으로 자영업 생태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자영업자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매출, 업종, 지역 등과 상관없이 사업 운영에 가장 중요한 건 '현금 흐름'이었다. 현금 유동성이 느려 음식을 팔고 싶어도 식자재 주문을 못 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주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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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해 4월 법인을 설립하고 BNK경남은행과 제휴를 맺은 후 그해 12월 얼리페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프랜차이즈 업주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한 달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정식 고객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95% 이상이다. 한화손해보험과 손잡고 얼리페이 전용 보험 상품을 만들어 이용자들의 부가적인 혜택을 늘리고 있다. 장 대표는 "현재까지 약 200억원 선정산을 집행하면서 단 한 건의 부실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중으로 가맹점 1000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얼리페이 서비스가 작동되는 원리는 이렇다. 먼저 카드, 배달 등 매출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이용자 계정을 서로 연동해 데이터를 수집·가공한다. 이를 통해 매출내역을 한눈에 확인하는 리포트 형태로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다음 날 오후 1시 이전까지 전날 매출액을 입금해준다. 장 대표는 "처음에는 배달앱 입점 업주를 주요 고객이라고 생각했는데 학원, 미용실, 세차장처럼 카드 단말기가 있는 곳은 어디나 얼리페이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다만 현금 환금성과 객단가가 높은 유흥주점이나 중고 명품샵, 상품권샵 등은 이용이 제한된다.

장 대표는 얼리페이가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아닌, 도움이 되는 서비스라고 자부한다. 장 대표는 "일각에선 얼리페이가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지만 실제 이용하시는 사장님들은 '서비스가 오래 지속되게 해달라'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돈을 먼저 주는 금융회사가 아니라 소상공인 중심의 공급망 금융을 혁신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식자재 도매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얼리페이 플랫폼에 담으려는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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