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초미세 공정의 핵심 역할을 해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16일 경기도 화성에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의 첫 삽을 뜬다. ASML은 2024년까지 2400억원을 한국에 투자해 EUV 장비 트레이닝 센터 등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장비 수급 문제 개선과 반도체 생산능력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15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성장 산업에서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 이번 투자를 진행했다"면서 "앞으로 한국에서의 사업도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SML은 지난해 경기도·화성시와 해당 캠퍼스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ASML은 2024년 말까지 2400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화성시 동탄2도시지원시설에 1만6000㎡ 규모로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했다. 세부 시설로는 ▲재제조 센터 ▲글로벌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익스피리언스 센터) 등을 포함한다는 설명도 더했다. 이우경 ASML코리아 대표는 "ASML이 해외 지사에 처음으로 직접 투자하는 사례이자 최대 규모"라며 "오수나 매연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건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재제조 센터에선 ASML이 공급하는 극자외선(EUV)·심자외선(DUV) 장비 유지보수와 핵심 부품 국산화 작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부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 장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외 이송 등의 절차 없이 관련 비용을 줄이면서 빠르게 수리할 수 있어 국내 반도체 업계엔 이점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한국 법인에서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하긴 했지만 캠퍼스가 들어서게 되면 더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련 부품과 연계한 국내 사업자의 수익 향상도 기대 요소다. 실제 ASML은 이번 캠퍼스가 들어서면 국내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높여 아웃소싱 비중을 기존 10%에서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동반 성장과 간접 채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레이닝 센터에선 반도체 장비 관련 인력이 양성된다. 국내 EUV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교육을 통해 인력이 충원될 수 있다. ASML은 뉴 캠퍼스에서 차세대 EUV 장비인 하이 NA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화성시는 해당 센터를 통해 배출될 인력이 10년간 1000명 이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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