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떨어진 집값…'요지부동' 종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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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푸 올해 60만원 내야

주택분 과세인원 올해 첫 100만명

공시가>집값 역전 현상도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세종=권해영 기자] 올 들어 집값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과세 인원은 사상 처음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주택 보유자들의 불만이 거셀 전망이다. 집값이 많게는 수억 원씩 떨어졌는데 종부세 산정은 집값이 본격 하락하기 이전인 올 6월을 기준으로 매겨져 실제 체감하는 세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어서다. 특히 3억원 특별공제 도입이 불발되면서 주로 공시가 11억~14억원에 해당하는 9만3000명(정부안)은 올해도 종부세 고지서를 받게 됐다.

◇공시가 11~14억원대 아파트 원래대로 종부세 내야=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에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한다고 가정했을 시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59㎡는 올해 60만9120원의 종부세를 내야 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9.27% 올랐다. 올해 3억원 특별공제 혜택을 받았더라면 공시가격이 13억8200만원인 이 단지는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마포염리마포자이 전용면적 84.69㎡는 지난해 20만5200원에서 108% 급증한 42만7680만원의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왕십리텐즈힐(전용면적84.92㎡)는 지난해 3만4200원만 내면 됐지만 올해는 무려 986%가 오른 37만1520원을 내야 한다. 래미안고덕힐스테이와 광장현대5단지는 오른 공시가격이 적용되면서 올해부터 종부세 대상 단지가 됐다.


다만 올해 종부세, 재산세 산정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하향 조정한 영향으로 올해 보유세 부담액은 전반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마래푸(84㎡)의 경우에도 올해 종부세 고지서에 찍히는 금액은 늘었지만 재산세가 줄면서 이 둘을 합친 보유세는 1년 전보다 5.7%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집주인들의 심리다. 집값 떨어지는 속도가 워낙 가팔라 보유세 부담 완화에 대한 체감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 팀장은 "최근 몇 년동안 집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이와 연동해 오른 종부세도 감당하겠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면 현재에는 2년 전보다 집값은 수억 원씩 떨어졌는데 세금 부담 완화 폭은 크지 않다고 집주인들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매기더니 집값이 떨어졌으니 다시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공시가격을 올려 보유세 폭탄을 만들어 놓고 정쟁만 일삼고 있다"는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공시가 역전 현상… 조세저항 커질 듯= 올 들어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고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공시가격이 집값보다 높은 공시가 역전 현상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5㎡는 지난달 16일 17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국토부 공동주택가격을 열람하면 이 아파트 같은 평형대 중에서는 올해 1월1일자 공시가가 18억원을 돌파한 곳도 있다. 실거래가가 공시가보다 2000만원 가까이 낮아진 것이다.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납세자들의 불만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정부에 따르면 종부세 납세자들 중 세액이 과도하다며 수정을 요구한 경정청구 건수는 지난해 기준 1481건으로 1년 전보다 79.1% 폭증했다. 일부 납세자들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고,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종부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올해는 급매가 속출하는 등 집값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종부세 저항이 더욱 거세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데 세 부담은 여전히 높아 공시가 상승에 맞춰 종부세를 내야 하는 납세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정부는 이달 중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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