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에 힘을 실으면서 배터리 공급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1년 만에 400%가 넘게 오른 리튬 가격이 또다시 역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14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리튬(탄산리튬 99%기준) ㎏당 가격은 581.5위안(약 10만7827원)을 기록했다. 1년전 178.0위안(약 3만 2979원) 대비 3배 넘게, 2년전 37.5위안(약 6948원)에 비하면 15배가 뛴 가격이다. 이같은 폭등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 공급망 재편에 있어 핵심 광물인 리튬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지 말해준다. 또다른 배터리 광물인 니켈과 코발트 등은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상반기 고점 대비 40%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리튬은 배터리 내에서 이온 형태로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는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낸다. 배터리 가격의 40~50%가량을 차지하는 양극재와 전해질 등에 쓰인다. 배터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광물 중 하나로 ‘하얀 석유’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전기차 배터리 1GWh(전기차 1만 5000대 분량)를 생산하는데 리튬은 700t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플레 감축법은 리튬 등 배터리 광물 가격의 구조적인 가격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은 중국, 러시아 등 ‘우려 국가’의 전기차 배터리 광물이나 부품이 포함되면 세액 공제 혜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터리 광물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되거나 북미 지역에서 재활용된 광물이어야 최대 지원금의 절반(3750달러·약 493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 비율은 당장 내년 40%로 시작해 2027년까지 80%로 늘려야 한다.
이에 따라 중국이 주도하던 배터리 공급망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은 광물의 채굴부터 제련·가공, 완성 배터리셀 생산까지 이르는 배터리 공급망 대부분을 주도했다. 하지만 북미 시장과 유럽 등에서 중국 공급망을 배제하는 전략을 꾀하면서 최근 국내 기업들도 호주·남미·동남아·아프리카 등으로 광물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중국과 비(非)중국 공급망이 나눠지고 새로운 배터리 공급망을 위한 투자가 필요해지면서 핵심 광물인 리튬의 공급은 단기적으로 줄어들고 광물 채굴·제련 등에 필요한 장기 투자는 더욱 늘어나는 구조를 띠고 있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원자재인 광물 가격 상승에도 미소를 띠고 있다. 올해 광물 가격 상승분을 올해 3분기 배터리 판매 가격에 반영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광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 비용 증가가 실적 훼손이 아닌 이익 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가 증명된 셈이다. 리튬 공급망 확보에도 속도가 더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부터 캐나다와 미국의 광물 기업으로부터 대량의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고 SK온 또한 호주 광산업체로부터 고순도 리튬 23만t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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