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명환 기자] 글로벌 톱3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을 신청한 가운데, 이번 파산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가상화폐 시장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파산인 만큼 연쇄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FTX의 파산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가상화폐 시장 전반이 휘청였다.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오전 10시 기준 대표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3.48% 밀린 1만6258달러(약 2139만원)로 집계됐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2만달러 선에서 움직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FTX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20% 가까이 밀렸다. 이번 사태의 주체인 FTX가 발행한 가상화폐 FTT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사태 발발 전 20달러 초반을 가리키던 FTT의 가격은 같은 시간 기준 1.48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일주일 새 90% 넘게 폭락한 셈이다.
비트코인의 폭락은 국내 증시 관련주에도 영향을 미쳤다. FTX의 유동성 위기가 두드러졌던 지난 10일 국내 증시에서 가상화폐 관련 종목으로 묶이는 비덴트 (-7.15%), 우리기술투자 (-3.30%), 위지트 (-2.77%) 등이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파산 신청 이후 국내 증시의 첫 거래일인 이날 오전 10시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최대 주주인 비덴트 가 전 거래일보다 6.43%(285원) 내린 4145원을 가리켰다.
전문가들은 FTX 파산 사태가 지난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 당시보다 파급효과가 클 수도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거래소 파산으로 이어진다면 그 파급력은 크고 그 기간도 적어도 수개월은 장기화될 것"이라며 "FTX 거래소와 알라메다 리서치 및 관련 프로젝트, 밴처캐피탈(VC) 등 규모도 루나 사태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파산이 유례없는 규모였던 만큼 실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TX의 유동성 위기가 기존 금융사들, 글로벌 VC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로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며 "유동성 위기가 번져 스테이블 코인이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국채에 대한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경우 기존 금융에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캐나다 교직원 연금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채권자만 10만 곳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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