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김은정 개인전 '매일매일' = 학고재는 12월 10일까지 김은정 개인전 '매일매일( )'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학고재 디자인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선보인 '가장 희미한 해'의 연장선상에서 마련한 전시다. 김은정은 매일의 날씨와 일상적 경험을 소재 삼아 작업한다. 삶 속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의 정서를 날씨의 요소에 빗대어 보는 시도다. 이번 전시의 제목 ‘매일매일 ( )’에 붙인 빈 괄호는 일상에 내재한 우연성을 상징한다. 자꾸만 어긋나는 기상예보처럼, 예측할 수 없는 매일의 의미를 비워 둔 공백으로 표현했다. 영문 전시 명인 ‘웨더랜드(WEATHERLAND)’는 영국 작가 알렉산드라 해리스의 책 제목을 차용한 것이다. 날씨와 연관된 문학 및 미술 분야의 일화들을 소개한 책이다. 작가는 날씨의 속성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 삼기에 알맞았다고 설명한다.
작가는 회화를 중심으로 판화, 도자, 시각디자인 분야를 넘나들며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작품세계를 키워가고 있다. 온난한 색채와 서정적인 이야기 구조를 지닌 화면이 특징이다. 편안하고 다가가기 쉬우면서도 특유의 독창성과 활기 어린 붓질이 돋보인다.
"태양은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바다는 하늘과 구분이 되지 않았다. (…) 수평선은 서서히 그 모양이 선명해지고 있다. 오래된 포도주병의 찌꺼기가 가라앉으면 유리병이 선명한 초록빛이 되듯이." 버지니아 울프의 책 '파도'의 한 구절, 이번 전시 출품작 '구름의 모서리'(2022)를 그리던 시기에 작가는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태양이 떠오름에 따라 바다와 하늘의 모호한 경계가 점차 선명한 수평선으로 변해가는 장면을 묘사한 대목이다.
작가는 “매번 다른 얼굴을 하고 찾아오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구름을 그리는 행위’에 빗대어 본다”고 말한다. 화면 속 구름은 일상에 내재한 우연성을 상징하는 한편 개인의 정서 및 관점의 다양성을 은유한다. 언제 어떤 구름이 나타날지, 그 뒤에 무엇이 숨어 있을지 알 수 없기에 미지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긍정적 요소기도 하다. 작가는 모두가 연결된 세상 속에서 서로 다른 존재들을 유연하게 포용하자고 제안한다. 전시는 12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학고재 신관.
▲장인희 'Glittered Greetings' = LG 유플러스 갤러리C는 2023년 1월 27일까지 장인희 작가의 Glittered Greetings 전을 개최한다. 작가의 작업은 삶에서 무한하게 팽창하듯 쌓이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시간의 흐름과 비례해 시시각각 우리들의 기억 속에 빼곡하게 축적되는 ‘순간’들은 작가만의 시선을 통해 유기적이고 입체적으로 재구성된다.
이는 마치 인간이 자신의 신체를 구성하는 수억, 수조 개의 세포를 모두 인지하지 못하지만, 생명이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 속에서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관계들로 설계하고 조직하여 ‘살아있는 시간’을 탄생시킨다. 작품은 부분과 전체의 유기체적인 관계로 이뤄져 있으며 작가의 붓 터치, 가위질 등과 같은 매개체의 우연과 필연 속에서 끊임없는 시간의 교차점을 형성한다. 이러한 입체적인 작품 구성은 곧 삶의 모든 유기적으로 종합된 시간을 의미한다. 작가는 특히 이 시간성의 개념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강렬한 황금빛 색채로 표현한다. 한 해를 갈무리하는 계절에 작가는 전시를 보는 모든 관객에게 올 한 해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다가오는 새해 반짝일 시작의 순간을 황금빛 컬러로 물들이는 순간을 선사한다. 전시는 2023년 1월 27일까지,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 U+ 갤러리C.
윤희수, Drawing as experimenting with deep sea space frequencies, 메탈, 사운드 장치, 모터, 라이트, 650x70cm, 2022. 사진제공 = 신한갤러리
원본보기 아이콘▲en route: 사사로운 궤적 展 = 신한갤러리는 'Young Artist Festa' 공모에서 선발된 고영찬, 윤희수, 김은정, 손수민 작가의 전시 en route: 사사로운 궤적 展을 진행한다. 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목적지도 다르고, 속도도 제각각이지만, 끊임없이 나름의 방향성을 갖고 발걸음을 내디딘다. 이러한 여정의 교차로에서 만나게 된 네 명의 작가와 기획자는 시작과 끝, 출발지와 목적지가 아닌, 그 중간 길목에서 채집한 경험과 이야기에 주목했다. ‘~로 가는 중’을 뜻하는 ‘en route’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고영찬, 윤희수, 김은정, 손수민 작가가 각자 고유한 형태의 궤적을 그리며 이어온 창작 작업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짙고 여린 흔적들을 완성된 작품뿐만 아니라 이를 지탱하고 구성하는 아카이브를 통해 살펴본다.
여기서 ‘아카이브’란 작품의 근간이 되는 기록물을 비롯해 스케치나 글, 영감을 받은 책이나 오브제를 모두 포함한다. 전시를 통해 우리는 프랑스 남부 광산지역에서 시작해 바다의 항구와 옥탑 작업실, 그리고 네트워크 속 공간에 이르기까지 상이한 장소와 시간대를 경유하며 네 명의 작가들이 채집한 이야기와 소리, 현상과 질문들을 마주하게 된다. 한 장소를 일시적으로 점유하는 작품들은 어떠한 결론이나 뚜렷한 목적지를 가리키는 대신 무심코 흘려보내는 일상을 새롭게 탐색하고 느낄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경로를 제시한다.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방법론 삼아서 특정 장소들을 재주술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고영찬, 줄곧 인공과 자연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비물질의 흔적을 채집하고 탐구하는 작업을 시도해 온 윤희수,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크고 작은 현상을 적절한 거리를 두며 포착하는 김은정, 사회를 구축하는 비가시적인 네트워크를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조명하는 손수민까지 이번 전시는 직간접적인 채집 방식을 통해 작가 개인이 변화하는 환경과 맺은 다양한 관계를 보여 주는 현장이자, 관객에게는 작품과 새로운 형식의 관계 맺음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궤적을 그려 나갈 기회로 작동한다. 전시는 12월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신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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