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14일 경기 김포시 구래동 데이터센터(IDC) 건립 현장 인근 아파트 단지 앞에는 '데이터센터 아웃, 특고압선 절대 반대!' 등의 펼침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24시간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가 노출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반대 이유다. 데이터센터 부지와 30~40m 떨어진 곳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있고, 100m 앞에는 초등학교가 있었다. 민간 사업자 A사는 구래동 일대 1만9685㎡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8층, 높이 68.4m, 연면적 9만5051㎡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특고압선이 구래동 변전소에서 데이터센터 부지까지 2㎞에 걸쳐 매설될 예정이다.
주민 A씨는 "고압전선이 아파트 밑으로 지나가고, 고압전선이 흐르는 인근에는 초등학교, 유치원이 있다"면서 "김포 외곽에 공터도 많은데 주거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허가를 취소해달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해 주민들이 반발하는 지역은 김포뿐만이 아니다.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일대 주민들과, 에브리쇼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인 안양시 호계동 일대 주민들도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신축이 추진 중인 시흥시 배곧신도시에서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용인시는 최근 관내 한 데이터센터 신축 공사에 대해 인근 학교 통학길 안전 대책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착공 신고서를 반려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반발에 다른 지역으로 데이터센터를 건립 및 이전한 사례도 있다. 네이버는 2017년 대지면적 13만2230㎡ 규모의 두 번째 데이터센터를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지으려 했지만, 주민들과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세종시로 향했다.
'서버 호텔'로 불리는 데이터센터는 인터넷과 연결된 데이터를 모아두는 시설이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IT)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를 모아 24시간 운영·관리한다. 그간 국내 데이터센터는 정부 공공기관 및 대기업의 자가 사용 중심으로 성장했다. 최근 몇 년 새 호텔처럼 서버를 놓을 공간을 임대하는 상업용 데이터센터 건립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직접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면 부지 선정부터, 대규모 전력을 끌어오기 위한 선로 및 발전 용량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전문 사업자들이 만든 데이터센터에 입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 수요는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건립이 쉽지만은 않다. 주요 데이터센터가 수도권 지역에 쏠려 있어 여유 전력 부족으로 수도권 인근에는 더는 데이터센터를 짓기 어려워졌다. 지방으로 가려니 입주사들이 관리를 위해 별도의 근무 인력을 둬야 하는 등 인건비 낭비가 많고 지역 주민들의 '혐오 정서'를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총 146개소로, 서울 49개소·경기 37개소·전라도 10개소·충청도 21개소·경상도 22개소·강원도 7개소 등으로 분포돼 있다. 입지의 60%, 전력수요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다. 전기 사용 예정 통지 신청 수요(446곳)를 고려하면 이 비율은 2029년까지 각각 90%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되면 데이터 안전, 지역 균형 발전 등에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화재나 지진 등 재단이 발생하면 국민의 인프라가 마비될 수도 있다. 수도권 편중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는 새 데이터센터가 수도권 진입 시 일정 기간 전기 공급을 유예하는 등의 평가를 하는 동시에 지역 분산을 위해 전기요금 일부 면제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금융 및 세제 등 장려책도 마련하고, 지역의 입지 후보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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