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닌텐도가 주목한 에듀테크 기업 호두랩스

김민우 호두랩스 대표 "메타버스로 가상학교 만들 것"

호두랩스 사옥 내 한 보드에 붙어있는 ‘호두잉글리시(베티아잉글리시)’ 유저들의 자필 편지.

호두랩스 사옥 내 한 보드에 붙어있는 ‘호두잉글리시(베티아잉글리시)’ 유저들의 자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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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위치한 에듀테크 스타트업 호두랩스 사옥 내 한 보드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호두잉글리시(베티아잉글리시)’ 유저들의 자필 편지가 붙어있다. 초등학생 이하 연령대로 추정되는 어린이들은 게임의 장단점에 대해 가감 없이 의견을 냈다. 유아인 자녀를 대신해 편지를 쓴 학부모도 있었다. 이들은 게임이 너무 재밌고 영어 학습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호두랩스 직원들을 격려했다.


호두랩스는 양립 불가능할 것 같은 ‘공부와 게임’을 결합해 하나의 완성형 사업으로 키워낸 기업이다. 유아와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영어 말하기 콘텐츠 ‘호두잉글리시’를 서비스한다. 호두잉글리시는 예컨대 주어진 상황에서 ‘How are you’를 정확히 발음하면 보상을 얻고 다음 미션으로 나아가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형식이다. 호두랩스는 2018년 실리콘밸리 에듀테크 기업 ‘키드앱티브(Kidaptive)’의 아시아 대표로 있던 김민우 대표가 호두잉글리시를 인수하면서 설립됐다. 현재 국내 초등영어 회화 부문 1위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웅진씽크빅 통합마케팅팀장, 매스클라우드 해외사업 본부장, 청담러닝 전략실 이사, 키드앱티브아시아 대표 등의 경력을 가졌다. 김 대표는 "호두잉글리시가 매물로 나왔을 때 많은 교육업체가 탐냈으나 IT 관련 유지보수 인력이 부족해 인수가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면서 "호두잉글리시의 사업 가능성을 이해한 후배이자 펀드매니저로부터 50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고 키드앱티브 직원 9명과 호두잉글리시를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민우 호두랩스 대표.

김민우 호두랩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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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랩스는 교육기업이지만 인력풀을 보면 게임회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회사에는 엔씨소프트, 데브시스터즈, 넷마블, 아이덴티티게임즈 등 유명 게임회사 출신 상당수가 포진해 있다. 전체 직원 60여명 중 개발자는 40여명이다. 이보영의 토킹클럽과 파고다 등 교육업계에서 종사한 인력도 상당수다. 김 대표는 "게임업계 출신 임직원 상당수가 초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두고 있고 대부분 호두잉글리시를 애용하고 있다"면서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만들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자녀 부모까지 나서 호두잉글리시를 응원하는 이유에 대해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명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평균 체류시간은 약 15분 내외다. 하지만 호두잉글리시는 55분이다. 이 시간 동안 아이들은 약 120회 발화한다. 아이들의 몰입감을 높이는 보상, 성장, 소셜 등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아이들 각자의 방을 꾸밀 수 있고 친구를 초대할 수도 있다. 게임이라는 유인기제로 아이들을 학습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호두랩스는 지난 4월 일본 유명 게임사 닌텐도를 통해 일본 게임시장에 진출했다. 교육업계뿐 아니라 게임업계를 통틀어서도 국내 기업 콘텐츠가 닌텐도를 통해 유통·배급된 국내 최초 사례다. 출시 이후 현재까지 10억원어치가 팔렸다. 김 대표는 "지난해 도쿄올림픽을 개최한 영향으로 일본이 올해 초등학생 교과과정에 영어를 처음 채택했다"면서 "닌텐도도 우리 콘텐츠를 보고 자국 내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호두랩스 사옥 내 콘퍼런스홀.

호두랩스 사옥 내 콘퍼런스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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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랩스는 구글도 주목하는 기업이다. 지난 5월 구글과 창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한 ‘창구 프로그램’에서 게임 부문 1위, 전체 2위에 선정됐다. 김 대표는 "쿠키런이나 닌자대전 등 주로 게임사가 가져가던 게임 부문 1위를 우리가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이를 계기로 지난 7일 구글플레이에 호두잉글리시 광고가 게재됐는데 5일 만에 160만 조회 수가 넘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호두랩스의 2019년 매출은 18억65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51억2100만원까지 급성장했다. 지난달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18만5000명이다. 지난 3일엔 투자시장의 악조건 속에서도 13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283억원이다. 김 대표는 내년 1분기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호두스퀘어’라는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곳에 호두잉글리시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탑재하고 이를 서로 연동시켜 궁극적으로 거대한 하나의 ‘가상 학교’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현재 베타테스트 중인 호두스퀘어를 내년 상반기께 론칭해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제공하고 수익 모델도 다변화할 방침"이라며 "해외시장의 경우 일본을 필두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우선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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