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추위와 함께 본격적인 김장철이 찾아왔다. 하지만 김장은 관절과 척추 건강을 위협하는 고된 작업이다. 재료 준비부터 무거운 것을 나르고 손질하고 버무리는 과정에서 허리와 무릎뿐 아니라 손목, 팔꿈치 등 이곳저곳이 아프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쌀쌀한 날씨로 몸이 경직된 상태에서 많은 움직임이 있다 보니 통증을 쉽게 느끼거나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김장 과정에서는 배추를 들어 옮기고 양념을 비빈 뒤 다시 뒤집어 옮기는 작업이 손목과 팔에 부담을 주게 된다. 팔을 펴고 힘을 쓰는 동작이 반복되면서 팔꿈치에 붙어 있는 근육에 손상이 간다. 팔꿈치 통증은 한 번에 큰 충격을 받기보다는 작은 충격을 반복적으로 받았을 때 스트레스가 축적되며 생긴다.
팔꿈치 통증은 팔꿈치를 기준으로 안쪽은 '골퍼스 엘보', 바깥쪽은 '테니스 엘보'로 구분된다. 골퍼스 엘보는 물건을 잡거나 걸레를 짜는 등 비틀기나 쥐어짜는 동작에서 통증이 나타나고, 테니스 엘보는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물을 따르는 등 손목을 젖히는 동작에서 통증이 심해진다. 강진우 부평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눌렀을 때 압통이 증상을 판별하는 기준”이라며 “테니스나 골프 운동을 하는 남성들보다도 가사 일을 많이 하는 여성들이 팔꿈치 통증으로 훨씬 진료실을 많이 찾는다”라고 말했다.
건초염과 수근관증후군으로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건초염은 신체 부위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힘줄을 둘러싼 얇은 막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다. 특히 김장으로 손목 움직임이 많아지면 쉽게 생길 수 있다. 손목의 작은 통로인 수근관이 좁아지면서 이를 통과하는 정중신경이 눌려 저림이나 마비 증상을 유발하는 이른바 '손목터널증후군'으로 불리는 수근관증후군도 집안일을 많이 하는 중년 여성에게 흔한 병이다.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저림 증상이나 마비 증상을 자주 느끼면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무거운 것을 들고 나르면서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게 돼 요통으로 내원하는 환자도 급증한다. 등을 구부리는 자세는 큰 하중을 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디스크의 압박은 심해진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이나 비틀림으로 인한 급성 요통도 흔하다. 대표적인 요추 염좌는 허리를 지탱하고 주변을 고정하는 인대와 주변 근육이 늘어나는 질환이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의 무게를 들거나 허리를 삐끗해 생긴다.
이지훈 인천힘찬종합병원 과장(신경외과 전문의)은 “급성 요추 염좌 통증은 움직일 때마다 통증 부위가 달라지기도 하며 근육 경직으로 갑자기 허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급성 요통은 며칠간 통증이 심하다가도 대개 통증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면서 대부분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급성 요통은 2~3일 정도 짧은 침상 안정 후에 활동을 재개하고,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로 치료가 가능하다. 만약 통증이 지속된다면 병원에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김장 후유증을 피하기 위해서는 피로 관리가 중요하다. 보온에 신경 쓰고 편안한 옷을 착용하면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배추 등을 옮길 때는 홀로 많은 양을 감당하지 말고 여럿이 나누면 허리의 부담을 크게 줄여 몸의 무리나 피로를 막을 수 있다. 테이블 위에 재료를 올려두고 의자에 앉아 김치를 담그면 요통을 예방할 수 있다.
김장 도중 틈틈이 정기적 휴식을 취하는 것도 요령이다. 1시간에 한 번씩은 자리에서 일어나 5분 정도 허리를 쭉 펴자. 손목을 가볍게 풀어주거나 보호대를 착용하면 손목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칼이나 절구 대신 채칼과 믹서를 사용해 손 사용을 줄이고 팔의 피로를 예방하는 게 좋다. 장시간 손목이나 손가락이 시큰거리면 따뜻한 물에 손을 넣고 풀어주는 것도 좋다. 김장 후에는 충분한 휴식으로 통증이 있던 부위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복되는 통증이 있을 땐 전문의 상담 후 약을 먹거나 주사 치료를 통해 통증을 완화해야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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