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졌지만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한 달 새 14조원 가까이 불면서 2009년 통계치 작성 이후 최대폭 증가를 나타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기업 원화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169조2000억원으로 한 달 새 13조7000억원 불었다.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회사채 시장 위축 영향으로 대기업의 은행 대출 활용이 늘면서 급증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증가폭인 10조3000억원을 훌쩍 상회하는 수준이다.
은행의 기업 대출은 10개월째 늘고 있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9조3000억원이나 불면서 10월 기준 관련 통계치가 작성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10월 기준 이전 최대치는 2015년 3조1000억원이다. 대기업 대출은 9월 4조7000억원 증가했는데 지난달 두 배 가까운 증가폭을 기록하면서 급증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도 운전자금 수요가 이어지고, 부가가치세 납부 등 계절요인 등으로 4조4000억원 늘었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은행 기업대출은 10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치가 작성된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면서 "대기업 대출 증가폭도 10월 기준 관련 통계치 작성 이후 최대"라고 말했다.
은행 기업대출이 급증한 것은 최근 회사채 시장 위축에 따른 반사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운전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있지만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은행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예비적 자금 수요도 늘고 있다.
회사채는 투자심리 위축 등에 따른 발행 부진이 지속되면서 순상환을 지속(-6000억원→-3조2000억원)했고, 기업어음(CP)·단기사채(-4000억원→3조1000억원)는 우량물 중심으로 순발행 전환했다. 이에 대해 황 차장은 "CP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금융기관이 발행한 CP는 다소 애로가 있었으나, 민간기업들의 CP는 우량기업 중심으로 발행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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