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탈리아가 거부한 난민 구조선에 입항 허용

[사진 제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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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프랑스가 이탈리아 정부의 입항 거부로 3주 가까이 바다를 맴돌고 있는 난민 구조선을 대신 받아들이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가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정부가 입항을 거부한 난민 구조선 3척 가운데 하나인 '오션 바이킹'호에 마르세유 항구를 개방하기로 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프랑스 내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오션 바이킹호는 프랑스 해상 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가 임대한 난민 구조선이다. SOS 메디테라네는 성명을 내고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 인근 해역에 머물던 오션 바이킹호가 프랑스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션 바이킹호는 지중해 중부에서 이주민 234명을 구조했으나 이탈리아와 몰타가 입항을 거부해 3주 가까이 바다를 맴돌고 있었다.


프랑스 내무부 관계자는 "오션 바이킹호 탑승자는 선별 작업 없이 전원 하선할 것"이라며 "모든 이주민에게 망명 신청 자격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앞서 난민 구조선 일부의 입항을 허용할 때 선별적으로 하선을 허용한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국제구호단체 소속 난민 구조선 4척의 입항을 거부하다 지난 6일 2척에 대해 시칠리아섬 카타니아 항구 임시 정박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국경 없는 의사회(MSF)가 운영하는 '지오 바렌츠'호에 탄 이주민 357명과 독일 구호단체 'SOS 휴머니티' 소속의 '휴머니티 1'호의 144명이 긴 기다림 끝에 배에서 내렸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는 여성과 어린이, 부상자 등을 제외하고 두 선박에 있는 나머지 성인 남성 약 250명은 건강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며 하선을 불허한 뒤 출항을 명령했다.

열악한 선상 생활을 견디다 못한 이주민 중에선 바다로 뛰어드는 사례까지 나왔다. '지오 바렌츠'호에선 이주민 3명이 7일 오후 바다로 몸을 던졌다. 3명은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구조됐으나 시리아 국적의 2명은 배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버텼다. 이들은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부두에 쪼그리고 앉아 하룻밤을 보냈고, 이 중 1명은 39도의 고열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독일 구호단체 '미션 라이프라인'이 운영하는 '리틀 라이즈 어버브'호에 탄 89명은 선별 작업 없이 전원 하선을 허용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에 대해 '리틀 라이즈 어버브'가 다른 구조선들과는 다르게 보트 난파 사고로 조난한 이주민들을 구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배의 탑승자가 가장 적은 점을 고려할 때 이탈리아 정부가 이주민 유입을 최소화하면서 국내외의 비난을 피하고자 면피성 조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현재 카타니아 항구에 정박 중인 난민 구조선 2척, 여기에 탄 이주민 약 250명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신임 총리는 취임 전부터 불법 이민자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멜로니 총리는 난민 구조선이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 해안 근처에서 머물며 아프리카 이주민들을 이탈리아로 실어나르는 '셔틀버스'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주민들이 위험한 보트 항해를 감행하는 배경에도 난민 구조선이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큰 역할을 한다고 보기에 난민 구조선 수용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이탈리아 항구를 관할하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도 그동안 강경한 난민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과거 내무장관 시절 국제구호단체 난민선 입항을 막은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 역내에서 그리스와 함께 아프리카ㆍ중동 이주민이 가장 많이 유입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은 올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상륙한 8만7000명에 이르는 이주민들 가운데 14%가 구호단체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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