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동학개미운동'을 이끌며 한국 자본시장의 주요 주체로 자리잡은 개인투자자들이 자본시장과 관련된 정책분야에서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국민청원을 통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공매도 한시적 폐지' 등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권리찾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발전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국민 청원에 오른 금투세 유예안은 불과 2주만에 국민동의 수 5만명을 돌파해 지난달 27일 소관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로 회부됐다.
국민동의청원은 공개 이후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의 동의하면 성립요건을 갖추게 된다. 금투세 유예 청원은 지난달 12일에 등록돼 불과 일주일 만에 1만명 돌파, 이 주 만인 26일 5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달 진행된 국민동의청원 53건 중 성립된 청원은 금투세 유예를 포함에 3건에 불과하다.
다음달 2일까지 여야가 금투세에 관해 합의안을 내지 못하면 금투세 도입을 2년 미루는 정부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오른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 측에서는 금투세 유예에 대해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유예했으면 하는 입장이지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금투세 시행을 강행하기 위한 독자적인 법 개정안 상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세 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공매도와 관련한 안건도 국민청원에 올랐다. <1400만명 개인주주를 절망에 빠뜨리고 건전한 자본시장을 좀먹는 공매도의 한시적 폐지에 관한 청원>은 지난달 31일 청원에 오른 뒤 불과 일주일여 만에 동의 수가 1만8000명에 육박했다.
청원안에 따르면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하는 공매도는 주가 거품 방지 등의 순기능은 있다고는 하나 하락장에서는 주가 하락을 가속화하고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역기능이 훨씬 많다"며 "더욱이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는 개인에게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매도는 선진 자본시장에서 활발하게 운영되는 기법이라고는 하나 어느 한 쪽이 공정하지 못한 조건으로 피해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는 부분"이라며 "우리 주식시장에서 '공정'이 확보될 때까지 공매도는 한시적으로나마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공매도는 코로나19 하락장 이후 전면 금지됐으나 지난해 5월부터 일부 재개된 바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수 차례 공매도와 관련해 정책 당국에 개선을 요구해왔다. 금융당국도 공매도 금지를 검토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안은 알려진 바 없다.
이와 관련해 개인투자자 연합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역시 지난 28일 정의정 대표 명의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 면담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서구권에서는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시장이 발전해온 반면 우리는 처음부터 개인의 참여가 장려되어온만큼 개인투자자들 참여는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더 활발한 측면이 있다"며 "시장에는 불합리한 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개인투자자들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개선 논의,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의견을 제기하는 것은 장기적인 발전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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