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NLL 대응사격 과정에서 오류…훈련 중에는 유도탄 '자폭'

미사일 낙탄에 신호소실·공중폭발·장치오류
"적 정밀타격할 수 있는 태세" 자평과는 '괴리'

공군 F-15K 전투기가 2일 동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 이북을 향해 슬램-ER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제공=합동참모본부]

공군 F-15K 전투기가 2일 동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 이북을 향해 슬램-ER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제공=합동참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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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한이 연일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우리 군의 대비태세는 잇따라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미사일 낙탄사고에 이어 신호 소실, 공중 폭발, 장치 오류 등 문제의 종류도 다양하다. 심지어는 무기 장착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며 '총체적 난국'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4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일 북한이 동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넘겨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에 대응해 우리 군이 NLL 이북으로 공대지미사일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당시 군은 KF-16 전투기에서 스파이스 2000 유도폭탄 1발, F-15K 전투기에서 슬램-ER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2발 등 총 3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응이 계획대로 이뤄진 건 아니었다. 스파이스 2000의 경우 당초 2발을 발사할 계획이었지만, 첫 번째 정상 발사 이후 두 번째 폭탄의 목표 설정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발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F-15K 1대에서도 슬램-ER 2발을 발사하는 게 원래 계획이었지만, 역시나 1발은 발사하지 못한 탓에 뒤따르던 예비기가 1발을 발사해야 했다. 군은 발사하지 못한 미사일에 대해 장착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사한 무기들이 뒤로 날아가거나 공중에서 폭발 또는 소실되는 사태까지 발생하진 않았지만, 군이 대응 사격 후 "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자평한 것과는 괴리가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더 있다. 지난 2일 충남 보령시 대천사격장에서 공군이 개최한 '2022년 유도탄 사격대회'에선 국산 중거리 유도무기 '천궁' 1발이 비행 중 자폭하기도 했다. 천궁은 발사 후 10여 초간 연소하면서 연료를 모두 소진했고, 해상으로 약 25㎞ 거리를 날아간 뒤 폭발했다.


군 관계자는 "천궁은 발사 전 유도탄이 비정상으로 확인돼 예비탄으로 교체 후 사격했는데, 비행 후 레이더와 유도탄 간의 신호 불량으로 자폭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천궁은 교신이 불안정한 상태로 특정 시간이 지나면 공중에서 폭발하도록 설계됐다.


연이어 같은 대회에서 패트리엇(PAC2) 요격미사일이 발사 직전 오류가 포착돼 발사가 진행되지 않는 일도 있었다. 당시 패트리엇 첫발은 정상 발사됐지만, 두 번째 발사에서 사격통제레이더를 모니터하던 중 레이더에 폴트(오류)가 떴고 군은 실제 상황이 아닌 대회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발사를 취소했다.


비록 대회 중 발생한 오류이긴 하나,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지 적을 향해 정밀하게 날아가야 할 무기들이 제 기능을 못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4일에는 육군에서 더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북한이 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우리 군이 발사한 현무-2C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부터 비정상 비행을 하다 계획된 방향과 반대에 있는 군부대 내부로 떨어진 것이다.


미사일이 부대 골프장 쪽으로 떨어졌고 비가 내리면서 화재로 번지진 않았으나, 민가나 병영으로 낙탄하는 일이 생겼다면 대형 인명사고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연달아 이튿날 새벽에도 군이 대응 사격으로 발사한 에이태큼스(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 2발 중 1발이 비행 도중 추적 신호가 끊어지는 일이 있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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