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경자(가명)씨는 수년째 불면증으로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매트리스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기존에 수면제 처방 등에만 의존했었지만 최근 숙면을 유도하는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매트리스가 나오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가격이 좀 나가더라도 편하게 잠들 수만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 생각이다.
#직장인 김경완(가명)씨는 요즘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켠다. 이 앱은 자동으로 수면의 질을 측정하고 잠에 빠질 수 있도록 돕는 소리도 들려준다. 이 앱을 켜고 잔 뒤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개운하다고 느낀 김씨는 효과가 지속된다면 이용권을 계속 구매할 계획이다.
'슬립테크'가 뜨고 있다. 스트레스 등으로 수면장애를 겪는 이들이 늘면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이다. 이 시장에서 관련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새로운 기술을 내세운 스타트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면 전문 브랜드 '삼분의일'이 대표적이다. 2017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대기업 중심의 스프링 침대 매트리스 시장에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내놨던 이 회사는 현재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화된 수면 최적 온도를 제공하는 매트리스를 개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이 제품은 사람이 잠이 들려면 피부가 아닌 몸속 체온이 1℃가량 떨어져야 한다는 수면 연구 결과에서 착안했다.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는 이런 콘셉트의 매트리스를 개발하기에 앞서 기업인 50여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이들이 잠을 어떻게 측정하고 관리하는지를 파악하기도 했다. 삼분의일 관계자는 "기존에 슬립테크를 표방한 업체들이 수면을 진단하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반해, 삼분의일은 데이터 진단과 함께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6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으며 설립 2년이 채 안 돼 9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에이슬립'도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슬립테크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에이슬립은 호흡 소리와 무선 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비접촉식 수면검사법을 개발해 아마존 AI 스피커인 알렉사와의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의 수면검사법은 웨어러블 기기 등을 몸에 착용하지 않고도 수면 시간 동안의 상태를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스마트폰 음성만으로 AI 기술을 통해 접촉 방식보다 신뢰도 높은 수면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에이슬립은 앱, 조명, 스피커 등을 결합한 수면 플랫폼 생태계를 선보여 간다는 계획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아기유니콘'으로 선정한 '큐라움'도 슬립테크 스타트업이다. 수면무호흡증 치료 의료기기 생산기업인 이 회사는 구강 삽입형 기기를 통해 환자의 데이터를 측정하고 환자 담당 의료진에게 모바일로 전송해 의료진이 환자에 대한 최적의 치료방안을 제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올해 제11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무니스' 역시 수면의 질을 높이는 소리를 만들어 들려주는 앱 '미라클나잇'을 개발해 선보인 슬립테크 스타트업이다. 권서현 무니스 대표는 "모노럴 비트(monaural beat)로 델타파를 활성화해 뇌파 동조를 일으키고 편안한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돕는 원리"라며 "이미 1만2000명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실제 수면 문제를 해결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슬립테크 스타트업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매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면장애 환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수면 장애 환자는 2020년 이미 67만 명을 넘었으며 2016년부터 연평균 7.9%씩 증가해왔다. 불면증 환자가 늘면서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슬립테크 시장 규모는 2026년 321억달러(한화 약 4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면장애 환자의 증가와 수면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등을 고려하면 수면 산업의 잠재력은 크다"며 "슬립테크 시장에선 기존 기업과 혁신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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