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버튼 일보직전… 움직임 바빠진 한미

미 중간선거 이전인 이번 주 최대 고비… 핵 원료 찾기 관건
한미정보당국, 감청·지진파·음파 등 활용해 북핵 분석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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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미국 중간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중간선거 이전에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반도 운명을 결정짓는 사안이 일주일 사이에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미 군당국은 핵실험 원료와 규모, 위력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진행한다면 ▲부지 선정·갱도 굴착 ▲핵무기 및 측정 장비 설치 ▲케이블 연결 및 갱도 되메우기 ▲핵실험 실시 순으로 진행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만 있다면 측정장비 설치와 케이블 연결 등은 단 며칠 만에도 가능하다. 한미 군당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기 1~2시간 전에 감청 등을 통해 실시 여부를 파악할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이 잘못된 정보를 흘리는 등 교란할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

일단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진행할 경우 그 사실 여부를 판단할 첫번째 지표로는 지진이 있다. 바로 인공지진이다. 인공지진은 지하에서 폭발물을 터뜨리거나 지각에 액체 유입, 댐에 의한 저수로 발생한다. 반면 자연지진은 지구 내부의 급격한 지각변동에 의한 충격으로 나타난다. 인공지진을 포착하는 곳은 기상청이다. 기상청은 강원도 인제, 연천, 경기 강화 등 지하 100m깊이에 지진 관측소를 설치했다. 관측소에 설치된 지진계는 0.25g정도만 움직여도 감지되는 진동을 1초마다 모든 방향에서 잡아낸다.


지진이 일어나면 P파(수평방향)와 S파(상하방향) 등 2개 파동이 발생하는데, 자연지진은 대부분 S파의 진폭이 P파의 진폭보다 크거나 같다. 반면 인공지진은 P파의 진폭이 S파에 비해 매우 크게 나타난다. 또 자연지진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파형이 매우 복잡한 형태를 보인다. 그러나 인공지진은 초기 P파만 두드러지게 나타날 뿐 S파를 포함한 이후 파형이 단순해진다.


인공지진 여부는 공중에서 발생하는 음파로 판단할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강원도 고성군 간성관측소에 설치된 음파측정기를 가동해 ‘공중음파’를 측정한다. 공중음파는 폭발물이 터질때 발생하는 것으로, 자연지진에선 발생하지 않는다. 공중음파가 감지될 경우 인공지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나선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실시한 2006년 10월 이후 ‘사우나(SAUNA)’를 도입했다. 이 장치는 핵실험 뒤 공기중으로 새어나오는 기체인 제논과 크립톤을 탐지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방사선 입자들은 3~4일 동안 한반도 상공을 떠돈다. 방사선 입자를 통해 핵실험의 원료를 파악해 낼 수 있다. 다만, 탐지 위치, 풍향·풍속, 방사능 농도에 따라 탐지가 안될 수도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소 등 국내 기관 공중음파 탐지
미 특수정찰기도 한반도 상공서 동시에 핵물질 탐색
북 우라늄 매장량 전세계 매장량의 절반 이상 추정

미 공군 특수정찰기인 WC-135(콘스턴트 피닉스ㆍ불사조)는 하늘에서 핵실험 여부를 판단한다. WC-135는 네브래스카 오펏 공군기지에 있는 제55비행단 예하 제82정찰비행대 소속이지만 오키나와 가데나 주일 미군기지에서 대기하다가 동해 상공을 비행한다. 이 기종은 미국 정부가 단 2대만 보유하고 있다. WC-135는 동체 옆에 달린 엔진 형태의 대기 표본수집 장비로 방사성 물질을 탐지한다. 정찰기 내 대기 성분 채집기 내부 온도를 영하 50도 이하로 낮추면 공기 중의 핵물질이 달라붙게 된다. 핵폭발 과정에서 원자가 인공적으로 깨지면서 방출되는 제논과 크립톤, 세슘 등의 방사성 물질을 수집한 후 측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농축우라늄, 플루토늄, 수소 폭탄인지를 구분한다.


한미가 북한의 핵실험 원료분석에 나서는 이유는 북한의 우라늄 매장량 때문이다. 북한의 우라늄은 전 세계 매장량(4000만t)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저농축 우라늄은 발전 등의 에너지로 사용되고 우라늄 U-235가 90%정도로 고농축되면 핵무기 원료가 된다. 북한이 2010년 핵 전문가 지크프리트 헤커 박사에게 공개한 영변의 원심분리기는 2000대였지만 다른 곳에 최소 4000대의 원심분리기가 숨겨져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핵실험을 거듭할수록 우라늄을 활용한 핵무기 제조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농축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는 길이 약 3m, 지름 약 20c㎝의 원통이다. 크기가 작은 만큼 공간도 클 필요가 없다. 게다가 지하시설에 설치할 경우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프로그램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라늄탄은 방사능 누출 위험도 적고 오래 보관하더라도 파괴력이 유지돼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플루토늄탄은 동위원소의 불안전성과 고폭장치 결합작업에 정밀도를 요구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핵실험을 반드시 쳐야 하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되는 데다 전시에는 공격당하기 쉽다. 장기간 보관시에는 파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플루토늄 재처리를 위해서는 원자로, 사용후 핵연료봉, 냉각탑, 재처리시설 등 많은 시설이 필요하다. 미국이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핵폭탄이 고농축 우라늄으로 만든 ‘리틀보이’이고 사흘 뒤인 8월 9일 나가사키에 투하한 것이 플루토늄탄 ‘팻맨’이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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