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성남시 정책실장 재직 시절 성남FC의 ‘실질적 구단주’ 였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28일 본지 취재와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정 실장은 성남시 정책실장으로 일한 2014년 당시 성남FC 관련 업무 내용을 직보(직접 보고) 받았다. 직원들은 중요한 업무 사항이 있을 때 당시 구단의 실무 총책임자였던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를 건너뛰고 정 실장에게 바로 보고했다. 해당 직원들은 인사 조치를 통해 성남시가 구단에 발령낸 사람들이었던 걸로 알려졌다. 보고하러 갈 때는 마치 ‘암호명’을 부르는 것처럼 "2층에 올라간다"고 서로 말했다고 한다. 이 보고 체계는 특히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뒤인 2014년 8월에 더욱 강화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런 보고는 구단 감사를 하기에도 여의치 않은 비정상적인 체계였다"고 말했다. 통상 시민구단은 8~9월 정도에 연고지를 관찰하는 시청으로부터 종합감사를 받는다. 2014년 시민구단으로 재창단된 성남FC도 성남시청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했는데, 실무 결정을 실질적으론 성남시청 고위직 임원이 했던 까닭에 감사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 실장이 구단 운영을 좌지우지했기 때문에 수억원대 후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특히 "성남FC 직원들이 발로 뛰어서 광고를 유치했고 그것은 후원금이 아닌 광고비였다"고 한 이석훈 전 성남FC 대표의 해명 글에 대해서는 말도 안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 내부 관계자들은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구단 직원들이 기업에 영업해서 받을 수 있는 광고비는 억대에 이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 실장과 성남시가 직접 나섰기 때문에 대기업들로부터 억대 후원을 받는 것이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정 실장의 혐의를 다지면서 소환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곽 전 대표가 지난달 26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에 출석해 이 내용 대부분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팀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30일 용도 변경 등 편의를 대가로 성남FC 광고 후원금 명목의 뇌물 55억원을 주고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로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 A씨와 전 두산건설 대표 B씨를 불구속기소 하면서 공소장에 ‘당시 이재명 시장과 정진상 정책실장이 공모했다’는 내용도 적시했다.
정 실장은 서울중앙지검에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진술하면서 의혹이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은 2020년 정 실장에게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시기 남욱 변호사가 경기 남양주시 양정역세권 개발사업 참여를 준비 중이었던 점에 비춰 경기도 정책실장이던 정 실장에게 사업상 편의를 바라고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뇌물을 제공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또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이 2013년부터 대장동 일당에게 지속해서 술 접대를 받고 명절마다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는 진술도 확보해 범죄가 되는지 따져보고 있다.
정 실장 측은 그러나 검찰의 공소장 내용에 대해 언론 등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검찰의 추가 소환에 당당하게 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정 실장측은 뇌물의혹 수수에 대해서도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라고 반박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