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우석 “이상형은 현명한 사람, 좋아하면 솔직히 표현해요”

영화 ‘20세기 소녀’ 풍운호역 연기한 배우 변우석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첫사랑의 아이콘은 수지가 아니다. 이제 변우석(31)이다. 아련한 기억 속 얼굴, 질서정연한 이목구비에 쓸쓸한 미소가 비릿한 사춘기 시절 짝사랑을 소환한다. 1999년 세기말에서 지구가 멸망하지 않음을 확인하며 10대 한가운데를 살아온 20세기 소년이 온다.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변우석은 "'첫사랑의 아이콘'이란 수식어를 받아도 되나 싶지만 기쁘고, 감사하다"며 "꼭 연기하고 싶은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21세기 소녀'(감독 방우리)에서 나보라(김유정 분)와 함께 방송반에서 활동하며 추억을 쌓아가는 17세 소년 풍운호로 분한다.

풍운호는 친구의 큐피드를 자처하는 나보라와 우정을 나누며 마음을 키워간다. 감정을 숨긴 채 '키다리 아저씨'처럼 보라를 돕는다. 실제로는 어떨까. 변우석은 "나라면 친구와 친구 사이에서 순간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랜 기간 나를 봐 온 친구와의 관계가 더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10대 시절 첫사랑은 어떤 기억으로 남았는지 묻자 그는 "짝사랑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혼자서 좋아하다 고백도 못 하고 끝났다"고 말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방법은 고백뿐일까. 변우석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감정을 솔직히 표현한다고 했다. 그는 "'내 마음은 이런데 왜 못 알아줄까' 싶을 때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사한 건 감사하다고 감정을 표현하는 게 좋다는 걸 알았다. 좋으면 좋다고. 혼자서만 생각하지 말고 표현한다. 난 감정에 솔직한 편이다. 예전에는 그러지 못했지만 이제 솔직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영화 '20세기 소녀' 스틸. 사진=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 스틸.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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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영화로 '노트북'(2004)·'그해 여름'(2006)을 꼽은 변우석은 "연애할 땐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좋은 연애"라고 바라봤다. 그는 "지나고 보면 후회되는 순간이 스친다. '노트북'을 좋아하는 이유도 남녀 주인공이 모든 걸 다 바쳐서 사랑해서다. 그런 연애를 꿈꾼다"고 했다.

순간이 모여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이상형을 묻자 변우석은 "감정이 생기는 사소한 순간이 모여 마음이 자란다"며 "타인을 대하는 태도나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멋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 성숙한 여성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애정하는 장면으로 놀이동산, 기차, 엔딩 장면을 꼽았다. 변우석은 "실제로는 롤러코스터를 잘 탄다"며 웃었다. 그는 "3~4번 정도 타고 찍었는데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즐기지 못하고 타려니 더 힘들었다"라고 떠올렸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2016)로 데뷔해 '청춘기록'(2020)으로 주목받은 변우석은 '청춘기록'으로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촬영하다 감정이 '훅' 들어온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게 뭐지' 싶었다. '20세기 소녀'를 찍으면서도 2번 정도 그런 경험을 했다. 연기가 정말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확실하게 했다"고 말했다.


변우석은 '20세기 소녀'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서 상영되면서 주연배우 자격으로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영화제에 참석했다. 여러 공식행사에서 관객과 만나고 해변에서 사진도 찍으면서 제대로 부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정말 좋았다"며 웃었다. "살면서 부산영화제 초대받은 건 처음이었다. 관객 호응에 설렜다. 3일이 하루처럼 지나갔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 대구탕이 정말 맛있어서 다음날 또 갔더니 문을 닫았더라. 부산에 또 가고 싶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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