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서울 지역 내 정비사업 단지가 속속 분양 일정을 확정 짓는 가운데 국민평형(전용 84㎡) 기준 9억원이 넘는 분양가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영향으로 분양가상한제 지역도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9억원선이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분양가는 상승하는 반면 집값은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청약시장 위축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대문구청은 최근 홍은13구역(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의 3.3㎡당 상한 분양가를 2910만원에 책정했다. 홍은13구역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다. 서대문구 11-111 일대를 재개발하는 것으로 지하2층~지상15층, 12개동, 총 82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이 중 특별공급과 일반분양 물량이 409가구다.
다음 달 11일 입주자모집공고문이 나올 예정인 가운데, 평당 상한 분양가를 적용하면 전용 59㎡는 대략 7억원선, 84㎡는 9억 후반대가 예상된다. 브랜드 아파트에 중대형 규모이긴 하지만, 입지적으로 서울 외곽인데다 역세권과도 거리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분양가상한제 지역임에도 높은 분양가가 책정됐다는 평가다.
앞서 다른 강북권에서도 84㎡ 기준 분양가가 9억원을 넘긴 사례가 잇따라 나왔다. 홍은13구역과 같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성북구 장위4구역은 3.3㎡당 2834만원으로 산출됐다.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지역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받은 중랑구 중화1구역도 3.3㎡당 2835만원을 받았다. 이를 84㎡로 환산하면 대략 9억원 중반대가 나온다.
이처럼 서울 외곽 재개발 사업장도 높은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청약시장 역시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주변 집값은 하락하면서 서울이어도 청약 흥행을 더이상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홍은13구역 인근 북한산두산위브1차 84㎡는 올해 4월 9억9000만원 거래됐다. 장위4구역과 가까운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는 같은 면적이 지난 4일 9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상한제 지역도 국민평형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기고 있지만, 9억원을 넘을 경우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청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물가인상에 따른 원자재가격 인상, 공사비 인상 등 여파로 앞으로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결국 자금력 있는 수요자들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워낙 대기 수요가 많다 보니 당해 청약경쟁률 마감은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출 규제 영향을 강하게 받는 지역이어서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높게 책정될 경우 이전만큼의 높은 경쟁률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비사업 대단지도 면적 따라 경쟁률 편차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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