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 시각장애인에게 소리를 전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화면해설작가’는 시각장애인들은 영화나 드라마 등 화면 속 등장인물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대사 없이 처리되는 여러 정보들을 ‘들리는 말’로 전달하는 사람이다. 책은 10여 년 동안 함께 ‘보는’ 세상을 꿈꾸며 이와 같은 작업에 매진해 온 다섯 명의 베테랑 화면해설작가의 고군분투기를 전한다. 작가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를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직업적 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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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해설’이란 ‘시력이 약하거나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TV나 스크린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해설자가 음성으로 설명해 주는 서비스’를 말하며, 영어로는 ‘Descriptive Video Service’(DVS)라고 한다. 즉, 영상 속 장면의 전환이나 등장인물의 표정, 몸짓 그리고 대사 없이 처리되는 모든 화면을 말로 설명하는 것이 ‘화면해설’이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 화면을 해설하는 원고를 쓰는 게 직업인 사람이 ‘화면해설작가’다. 우리의 글은 성우들의 목소리에 실려 시각장애인들에게 전달된다.

---「프롤로그」 중에서

선천적 시각장애인은 그 사물의 모양도 색깔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자세히 해설을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엔 필요한 내용만 해설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중도에 실명했기 때문에 사물을 본 기억이 있는 시각장애인은 좀 더 자세한 해설을 원하기도 한다. 결국 이 문제의 답은 ‘시바시(시각장애인 by 시각장애인)’이고, ‘프바프(프로그램 by 프로그램)’이다. 선천적인 전맹 시각장애인을 기준으로 화면해설을 쓰되 해당 프로그램의 상황에 맞춰서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는 동시에 너무 넘치는 해설은 귀가 피곤하지만 너무 간단한 해설은 서운함을 불러온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1부 2장 | 가족이 들려주는 것처럼 세상을 전하진 못하더라도」 중에서


소리가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던’ 원 영상 속 소리들이 화면해설을 만나서 더 정확한 의미를 가진 ‘아름다운 소리’로 거듭나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화면해설작가가 하는 일은 ‘영상을 설명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리에 의미를 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소리에는 존재 이유가 있다. 화면해설작가는 그 이유를 찾아 시각장애인에게 들려주는 사람이다.

---「1부 3장 | 그 소리들의 아름다움」 중에서


눈에 선하게 | 권성아·김은주·이진희·임현아·홍미정 지음 | 사이드웨이 | 268쪽 | 1만6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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