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금융권 본PF 중단에 건설사업장 곳곳서 '부실'

7, 8월 신탁사 공매 341건…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54.3%↑
서울 공매 나오고 대구는 '초상집'...본PF 못 넘어간 사업장 수두룩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사태가 건설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사진은 24일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사태가 건설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사진은 24일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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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와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냉각되면서 전국 시행사업들 곳곳에서 부실이 발생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 받은 대출(브릿지론)이 연장되지 않거나 추가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등 ‘돈줄’이 막혀 사들인 토지가 공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26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온비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7~8월 신탁사의 토지 매각 공매(기타일반재산 기준)는 총 34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1건)보다 54.3% 급증했다. 시행사에 대출해 줬다가 사업이 좌초된 뒤 토지 공매로 대출액의 일부라도 회수하려는 신탁사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서울에서까지 공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나왔다. 인허가를 마친 서대문구에 위치한 주상복합 사업장으로 브릿지론(토지 확보용 대출) 이후 진행한 본 PF 대출이 이뤄지지 않아 다음달 공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방권을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했던 부동산 PF 자금시장 경색이 서울에서도 발생하자 시행업계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당 시행사가 본 PF에 실패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건설자재 가격이 치솟자 당초 PF 대출을 진행하기로 했던 저축은행이 돌연 시공사 연대보증을 요구했다. 시공사 측은 이를 거절했고, 다른 시공사를 알아보면서 시간이 지체됐다. 그러는 사이 미국발(發)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시장에 퍼지게 됐고, 금융당국이 긴급 점검에 나서자 저축은행이 대출을 거절했다. 기존 대출을 갚기 위한 ‘대환대출’을 알아봤지만 이마저도 막혀 버렸다. 결국 토지가 공매로 넘어가게 됐다.


수도권의 대형 주택사업장도 공매로 등장했다. 경기도 화성 장안지구 사업장이다. 이곳은 대지면적 8만5847㎡에 14동 총 1595가구 아파트 및 부대시설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2월 분양이 지연돼 기한이익상실이 발생, 공매가 진행됐다. 부동산 침체가 심각한 대구는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동 대백마트 부지를 비롯해 중구 동산동, 달서구 상인동, 남구 대명동 등에서 공매가 쏟아졌다.

시행업계에서는 사업장 부도가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매로 나오진 않았지만, 사적으로 처분하려는 수요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실제로 공매로 내놓을 경우 시행사 부도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적으로 처분하려는 곳들이 많다"면서 "일부 사업장은 PF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하면서 버티는 곳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일례로 거제도 대우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경우 현재 대주단이 시행사로부터 이자를 받지 않고 계속 원금을 연장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카카이페이증권 주관으로 10여개 저축은행이 참여한 브릿지론을 본 PF로 전환하지 못해, 이자 후취 조건으로 만기를 연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업계에서는 앞으로 PF 대출 문제로 공매에 나오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등 PF 사업 부실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수도권인 의정부, 인천 등을 비롯해 대구와 경북, 대전과 세종, 평창, 제주도 등에 위치한 사업장 다수가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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