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영화 '쥬라기공원'은 과학자들이 호박 화석 속 모기에서 공룡의 유전자(DNA)를 추출, 복제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만약 당신의 DNA가 달나라의 '안전지대'에 잘 보관이 돼 있다면,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먼 훗날 후세 인류나 고도의 문명을 갖춘 외계인들이 발견해 부활시켜 주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선 다소 황당한 얘기지만 미국에선 오랫동안 논의되는 아이디어로, 최근 한 스타트업이 실제 상품으로 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스페이스 크리스털사는 지난 24일 원하는 고객의 DNA를 채취해 크리스털에 주입한 후 내년 중 달나라에 보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비용은 총 15만 달러로, 일단 5000달러만 내면 예약이 가능하다. 이 돈은 고객의 머리카락에서 DNA를 채취해 1개의 크리스털 결정에 주입하는 비용과 이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가져가 두 개의 크리스털로 성장시킨 후에 하나는 고객에게 돌려주고 다른 하나는 달로 보내는 등의 비용이 포함돼 있다. 자신의 크리스털 결정이 있는 곳이 표시된 달나라 지도가 담긴 기념패도 받는다. 동영상이나 편지, 기록 등이 담긴 1기가비트 분량의 디지털 자료도 동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올해 초 ISS에 36개의 샘플을 가져가 DNA가 주입된 크리스털 결정을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실험해 성공했다. 일단 260명의 고객을 모집하는 게 목표인데, 이 회사가 제작한 크리스털 결정 및 기록 보관용 '루나 타임캡슐'은 최대 52명의 고객을 수용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케빈 히스 대표는 "우리는 앞으로 5000~1만년 사이에 인류 또는 외계인에 의해 이 타임캡슐이 발견돼 개봉될 것으로 본다"면서 "우주에서 크리스털 결정을 성장시키는 기술을 획득했으며, 현재 특허 출원 중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실제 미국에선 이와 비슷한 원리로 달에 지구 멸종에 대비해 DNA 저장고를 만들자는 제안은 오래된 얘기다. 2006년 뉴욕타임스(NYT)는 문명구조연대(ARC)라는 단체가 '노아의 방주'처럼 지구상 모든 생물 종의 DNA 표본을 달로 보내자는 계획을 추진하고 보도한 바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