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1000원에 두 마리라니 비싸다. 그럼 2000원어치 사면 한 마리 더 주시나요?” 서울 마포구의 인근 붕어빵 포장마차에서 한 손님이 이렇게 묻자 사장은 말없이 머리만 긁적였다. 그는 “이럴 때마다 난감하다. 더 드리고 싶은데 자릿세도 비싸고, 이제 정말 마진이 안 남아서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겨울 대표 간식 붕어빵과 계란빵 철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붕어빵 지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노점 대부분이 붕어빵 가격을 작년 3마리 1000원에서 올해 2마리 1000원으로 인상했으며, 붕어빵보다 재료값이 비싸 마진이 더욱 남지 않는 계란빵은 아예 올해 팔지 않고 메뉴에서 빼버린 곳도 생겨났다.
실제로 서울지하철 6호선 공덕역 인근 붕어빵 노점은 3마리 1000원이던 붕어빵을 2마리 1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계란빵 노점에서는 3개 2000원이던 계란빵을 1개에 2000원에 팔았다. 고구마 등 팥 이외의 재료를 넣은 붕어빵은 한 마리 1000원을 호가했다. 수도권도 비슷했는데, 인천에서는 붕어빵 3마리를 2000원에 판매했다.
이 같은 붕어빵 지수 상승은 원재료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붕어빵 창업 업체에 따르면 반죽을 굽는 데 사용하는 LPG 가스 한 통은 작년 2만8000원~3만원 초반대에 공급됐으나, 올해 4만원에서 5만원에 육박한다. 연료비뿐만 아니라 밀가루, 팥 가격도 함께 뛰었다. 빵 반죽 한 포대의 가격은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7000원대에서 9000원대로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붕어빵 팥소로 쓰는 수입산 붉은팥(40kg) 도매가격은 27만8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9300원이 상승했다. 식용유도 지난 2월부터 20% 이상 물가 상승률을 보이기 시작했다. 계란빵도 마찬가지다. 농산물품질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10월 평균 계란 한 판 소비자가격은 6505원으로 평년(5588원)보다 1000원가량 비싸다. 여기에 자릿세 등 다른 비용까지 고려하면 점주들의 부담은 작년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인천 중구에서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는 사장 박 모 씨는 “왜 이렇게 비싸졌냐는 고객들의 말이 우리도 마음 아프다. 가격을 동결하고 싶지만 그러면 마진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며 “그나마 붕어빵은 사정이 낫다. 재료값이 붕어빵보다 비싼 계란빵을 같이 파는 점주들은 올해 계란빵을 메뉴에서 빼버린 곳도 많다”고 말했다.
계절 특수를 노려 이맘때쯤 줄을 잇던 붕어빵 노점 창업 문의도 최근 눈에 띄게 줄었다. 길거리 음식 창업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점주들이 경기가 안 좋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 때문인지 원래는 겨울을 앞두고 붕어빵 창업 문의 전화가 자주 오는데, 올해는 확실히 뜸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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