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대체투자 업계, 신규 투자 안한다..자본시장 ‘패닉 스톱’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시장에 돈줄이 마르면서 사모펀드(PEF) 및 신탁 운용사 등 주요 투자기관들이 '개점 휴업' 상태에 접어들었다. 연초까지만 해도 조 단위 투자를 이어가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던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주요 펀드 및 신탁 운용사들이 시장을 관망하는 자본 시장 '투자절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장의 주요 투자 운용 담당자들은 연말까지는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엿보기보다는 관망하는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영호 IMM프라이빗에쿼티 투자 부문 대표는 "지금은 성급하게 움직이기보다는 시장을 관망하면서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실제 올 상반기 PEF(사모펀드) 신규 약정액은 6조8501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11조8427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올해 들어 국내 PEF 운용사가 인수 계약을 체결한 조 단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거래는 한앤컴퍼니의 SKC 필름사업부 인수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중소형 딜도 자취를 감춘 것은 마찬가지다. 중소형 기업 딜을 전문으로 하는 VIG파트너스의 한 고위관계자는 "IB 업계에선 올 연말까지는 쉬는 게 돈 버는 것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콤부차' 브랜드로 유명한 티젠을 인수하고, 중고차 판매회사 오토플러스 매각에 나서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들어 큰 투자 손실을 본 기관들도 PEF 출자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신규투자뿐 아니라 기존 출자한 블라인드 펀드 운용에도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케이스가 속출하면서 기존 투자를 LP(출자자)만 바꿔 연장하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조성도 국내에서 처음 등장했다.


한앤컴퍼니는 최근 바이아웃이 아닌 쌍용C&E 컨티뉴에이션 펀드 조성을 통해 LP를 교체했다. IMM인베스트먼트도 최근 코스닥 상장사인 오하임아이엔티의 지분을 새롭게 조성하는 컨티뉴에이션 펀드에 이관하기 위해 'IMM 스페셜시츄에이션 2호 사모펀드' 결성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고금리와 유동성 고갈, 경기침체라는 악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초 4% 수준이던 인수금융 조달 금리가 최근 연 8% 이상으로 치솟았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던 강성부 KCGI 대표 역시 "최근 언급되고 있는 투자 건은 낭설"이라며 "당분간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휴식기를 가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동산투자회사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코람코자산신탁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강경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버티는 수밖에 없다"며 "신규 사업을 일으키기보다는 몸 사리며 리스크 관리에 최대한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희석 코람코자산신탁 리츠 부문 개발사업 본부장은 "1금융권 대출은 아예 기대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프로젝트들을 진행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부동산 거래도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올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최대 화두였던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의 경우 우선 인수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매매 협상을 중단했다. 서울 서소문 동화빌딩 매각에 나섰던 마스턴투자운용도 최근 시티코어 NH투자증권 삼성SRA자산운용 컨소시엄의 인수 우선 협상자 지위를 박탈했다.


자본시장 침체 장기화를 예상한 해외 유수 투자 기관들이 대체투자상품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을 찾기 위해 한국 기관들에 접근하고 있지만, 국내 기관들도 유동성 부족으로 투자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상희 군인공제회 금융투자부문이사(CIO)는 "대체투자 시장 혼탁주의보가 내려도 의미가 없다"며 "기관들이 유동성 부족으로 투자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이 말라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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