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영국에서 1조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집단 소송에 직면했다.
20일(현지시간)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영국의 소비자 권리 활동가인 줄리에 헌터는 로펌 하우스펠트와 함께 이달 말까지 런던 경쟁심판소에 아마존을 상대로 1조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들은 아마존이 자체 알고리즘인 '바이 박스(Buy Box)'를 통해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구매하도록 이끌어 자유롭게 상품을 선택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 박스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때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동일한 상품 중 평가가 좋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만을 고객에게 노출하는 시스템이다.
헌터는 바이박스의 알고리즘이 가격과 품질에 기반해 공정하게 제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아마존의 자체 판매 상품이거나 아마존에 비용을 지불한 소매상들의 제품을 더 많이 노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판매자는 아무리 좋은 조건에 제품을 판매해도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다.
헌터는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신뢰하고 있고 바이 박스로 구매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거래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아마존은 소비자의 선택을 조작하고 디자인으로 속임수를 만들어 특정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펌 하우스펠트는 아마존의 제품 판매 건수 중 80~90%가량이 바이 박스 시스템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해 청구할 손해배상 액수를 1조달러로 책정했다.
이에 대해 아마존 측은 성명을 통해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므로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며"우리는 영국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8만5000곳의 업체들을 항상 지원하고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헌터 측이 소송에서 승소를 거둘지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런던 변호사 소송협회의 데비이드 그린은 BBC에 "아마존은 대기업으로 소송에 맞설 충분한 자원이 있으며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최근 법원이 비슷한 사례와 관련해 기업에 마케팅 과정에서 개인정보 활용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아마존은 지난 4월 호주에서도 자체 판매상품을 우선 추천한다는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호주경쟁규제 당국은 이들이 플랫폼을 자체 판매 상품에 유리하게 구성했다며 아마존 측에 자체 판매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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