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레지던트 시절 스토킹 피해 경험 고백 “경찰 등 경각심 가져야”

“스토커는 상대방 의사나 감정 고려하지 않아 … 구애나 애정과 달라”
“SNS 등 발달로 불특정 다수와 연결되며 스토킹에 더욱 취약해져”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스토킹 범죄가 늘고 있다면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스토킹 범죄가 늘고 있다면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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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가 과거 스토킹 피해 경험을 밝히며 스토킹은 구애가 아니라 범죄인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박사는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 스토킹 범죄가 늘고 있는 데 대해 "지금은 불특정 다수와 서로 연결되는 것들이 가능해졌다"며 "그러다 보니까 훨씬 더 스토킹에 취약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스토킹은 상대에 대한 잘못된 망상이나 광적인 집착을 의미하고 그에 따라 폭행이나 살인 같은 범죄를 일으키는 게 스토킹 범죄"라며 "대면 스토킹도 많지만, 대면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다이렉트메시지(DM) 이런 걸로 (접근을) 시작했다가 이 중간 과정에서 잘못되는 걸 통해서 스토킹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스토킹 범죄자들의 심리에 대해서는 "보통은 사람들이 집착에 대해서 명확하게 거부를 하면 마음을 좀 버리기도 하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스토커들은 상대방의 의사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감정 표출이나 집착 모두 굉장히 일방적이고 공격적"이라며 "스토커들은 상대방과 관련된 허황된 생각을 많이 갖고 있는데 상대방이 침묵하거나 좋게 거절의사 표시를 하면, 이를 긍정적인 메시지로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자신의 과거 스토킹 피해 경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도 예전에 스토킹 피해자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정신과 레지던트를 하던 (1990년대 초반) 정말 괴로웠다"며 "(스토커가) 매일 다른 사람의 청첩장에다 신랑 이름에 자기 이름, 신부 이름에 제 이름을 파 매일같이 보내고 매일같이 의국(대학병원 수련의 대기실)에 들어와 있고 제 책이나 물건 같은 걸 훔쳐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도 같은 데 서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우산으로 찌르려고 하고, 팔 같은 곳에 담뱃불로 지진 걸 보여주면서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했다"며 "경찰에 아무리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더라"라고 전했다.


아울러 오 박사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토킹 범죄에서 중요한 것은 법 집행을 하는 경찰이나 검찰, 판사, 공무원들이 인식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라며 "(구애 차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면 어떠한 도움도 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전 국민이 이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한다"며 "남자 또는 여자가 상대편 여자나 남자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애정 행위로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고 그다음부터는 아주 심각한 범죄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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