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단풍철 설악산은 언제나 명불허전입니다. 단풍 소식의 맨 앞자리는 항상 설악산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첫 단풍은 산 전체의 20%, 절정기는 80% 가량이 물들었을 때를 기준으로 삼는데 올해 설악은 이번주말을 기점으로 절정에 도달할것으로 예상됩니다. 설악산 단풍구경을 위해서는 조금 서둘러야 합니다. 여기에 흘림골 코스가 재개방 되어 설악산에 갈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2015년 낙석 사고가 일어난 뒤 7년 만에 다시 열린 것입니다. 흘림골은 설악산에서 가장 멋진 단풍을 볼 수 있는 가을 산행 명소로 유명합니다. 대청봉 코스에 비하면 험하지 않으면서도 풍경은 뒤지지 않습니다. 흘림골을 지나 주전, 오색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아름다운 설악의 단풍을 담아봤습니다.
흘림골은 한계령정상에서 오색약수터 사이에 자리잡은 3㎞ 가량의 골짜기다. 한계령휴게소에서 44번 국도를 따라 양양 방면으로 2㎞쯤 내려오면 탐방로가 나온다. 입구가 도로변에 있어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쉽다.
흘림골 코스에 들자 새로 설치한 나무 계단이 나왔고 낙석 발생 위험 경보음이 울렸다. 흘림골에만 낙석 위험 지점이 22곳인데, 그중 다섯 곳에서 안내 방송이 나온다.
한 발 한 발 오르면 수백년 수령의 아름드리 전나무와 단풍나무, 주목들이 뒤섞인 흘림골의 장관이 한 겹씩 벗겨진다.
시작부터 탐방로 오른편으로 우람한 바위봉우리가 동행한다. 일곱 개의 뾰족한 봉우리가 산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칠형제봉이다. 늘씬한 두 다리 사이로 물줄기가 길게 흘러내리는 모양의 여심폭포에 작은 전망대가 있다. 조금만 더 오르면 산마루에 닿는데, 전망대 역할을 하는 등선대는 탐방로에서 약 200m 벗어나 있다.
등선대(1002m)전망대에 서자 막혔던 가슴이 뻥~하고 뚫린다. 계곡을 따라 솟아 있는 기암괴석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설악의 만물상이다. 울긋불긋 물든 대청봉과 한계령, 서북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등선대에서 용소폭포로 가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이었다. 입이 쩍 벌어지는 장관은 없어도 다채로운 풍광이 펼쳐졌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길게 떨어지는 등선폭포, 탐방로와 나란히 이어지며 세찬 물소리를 내는 십이폭포와 옥빛 용소폭포, 곳곳에서 툭툭 나타나는 기암괴석. 새빨간 단풍이 어우러졌다면 더 기막혔을 테다.
흘림골 코스는 용소삼거리에서 끝나지만 오색약수터 탐방지원센터까지는 2.7㎞ 더 걸어야 한다. 용소폭포 코스의 일부로 주전골로 불린다. 삼거리에서 조금 위쪽에 있는 용소폭포와 주전바위는 보고 와야 아쉬움이 덜하다. 용소폭포는 이 구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포다. 넓은 암반에 얇게 펴진 물줄기가 한 군데로 모여 깊은 웅덩이로 떨어진다. 맑은 옥색 물빛이 커다란 항아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주전골은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평지나 다름없는 계곡이어서 부담 없이 걷기 좋다. 올여름 복원한 오색 2약수도 있으니 들러보길 권한다.
설악산=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jun21@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출발하면 경춘고속도 동홍천ic를 나와 44번 국도로 타고 인제를 지나 한계령 휴게소로 간다. 휴게소에서 양양방면으로 2㎞쯤 내려가면 오른쪽이 흘림골 탐방로다. 코스는 원점회귀가 아니였어 주차 전쟁이 치열하다. 두 대의 차가 가면 한 대는 흘림골 부근, 또 한 대는 종착인 오색지구에 주차하면 된다. 한 대라면 오색지구에 차를 주차하고 택시(1만5000원)를 이용해야한다.
△산행정보=흘림골 탐방로 예약은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오전 9~10시 단체 산행객이 몰린다. 덜 번잡하게 등산하고 싶다면 오후가 낫다. 설악산은 기온 변화가 심하고 바람도 세다. 스틱은 물론 방풍 보온 재킷, 따뜻한 물등은 꼭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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