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하청근로자 파업 사태로 드러난 조선업의 원·하청 임금격차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원·하청간 상생협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원·하청이 자율적으로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할 수 있게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노동자 복지를 늘리고, 외국인 인력도 대거 확충해 조선산업이 지속가능한 구조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선업 격차 해소 및 구조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조선업은 대표적인 수출 주도형 기간산업으로 세계 1위의 위상을 갖고 있지만 지난 30년간 하도급에 의존하는 생산구조가 고착화돼 파업이 잦고 인력난이 잇따랐다. 특히 2016년 불황 이후로는 원·하청간 이중구조 문제가 더욱 심화됐고, 결국 대우조선 파업 사태로 분출됐다.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선업 하청 근로자는 원청 근로자에 비해 훨씬 많이 일하지만 임금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근로일수는 원청 180일, 하청 270일인데, 하청 근로자 임금은 원청 대비 50~70% 수준에 불과했다. 하청은 주로 야근이 잦고 휴무일에도 일했으며, 고위험·기피업무에도 많이 투입돼 평균 근속연수가 2~3년으로 원청(20년 이상)에 비해 짧았다.
정부는 이 같은 조선업 원·하청 이중구조 문제가 파업을 부추기고 인력난도 가중시켜 조선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처우가 나쁘니 불황기에 이탈한 숙련인력이 돌아오지 않고, 이것이 생산성·성장성을 낮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앞으로 중국에 기술경쟁력으로 우위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는 그동안 원청 노사와 하청 노사 4자 간 상반된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협의 틀이 없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보고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력 실천협약' 체결과 이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실천협약에 따르면 원·하청 사측은 근로복지기금 조성과 하청사 물량팀 재하도급 축소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고, 근로자측은 원·하청 근로자 이익공유, 기술향상 등 직업윤리 확립에 힘쓴다.
정부는 협약 참여·이행 수준에 따라 장려금·수당 우대지원과 '조선업 상생지원 패키지' 신설, 규제 혁신 등을 지원한다. 또 내년까지 개별 원청 단위로 원·하청 노사가 참여하는 공동 노사협의체 설치·운영을 지원하고 올 하반기에는 원·하청의 노사 파트너십 사업 참여 유도와 조선업 특화 노사상생플러스 교육을 위한 비용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해 내년 상반기 하도급 대금 결제조건 공시 의무화로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조선업 표준하도급 계약서 개선방안도 올해 중 마련한다. 고용부와 공정위, 산업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조선업 하도급 거래 실태조사를 실시해 구조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도 확보할 예정이다.
정부는 조선업 인력 수급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우선 청년 근로자 입직을 유도하기 위해 근로자·지자체·정부 3자가 적립해 1년 만기 공제금 600만원을 지급하는 희망공제의 연령제한(45세)을 폐지하고 시행지역도 확대한다. 신규 입직한 취업자에게는 3개월 이상 근속시 취업정착금 100만원을 지원하는 '취업정착금'을 신설하고 원청 기술연수원의 협력사 채용예정자·취업희망자 훈련 인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훈련수당도 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높인다.
이와 함께 기업별 공동근로복지기금에 대한 정부 매칭지원을 확대하고, 임차료·교통비 지원을 확대하는 등 하청 근로자에 대한 복리후생도 강화해나간다. 조선업 숙련퇴직자는 재취업 시 장려금을 지원하고,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지원기간도 연장할 계획이다.
외국인력도 늘린다. 조선업체에 E-9 비자 외국인력을 최우선 배정하고, 사업장별 고용허용인원도 확대하는 한편, 탄력배정분 1000명의 추가 활용도 검토한다. 또 인력난이 해소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조선업을 비롯한 제조업종 특별연장근로 기간 한도를 180일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연말까지 총 2500명이 입국해 조선업에서 근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단기대책과 대증요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고 원·하청 노사와 정부 등 모든 주체가 의지를 모아 문제해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이번 대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향후 5년간 매년 추진상황을 모니터링해 계속 수정,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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