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통일부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한국 자산을 철거한 것에 대해 "우리 재산권에 대한 불법적 침해이자, 명백한 남북 합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는 우리 측 시설을 무단으로 철거하는 동향을 엄중하게 주시해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우리 재산권에 대한 불법적 침해를 계속하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지금이라도 일방적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이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측이 북한의 철거 행위를 '남북 합의 위반'이라 규정한 근거는 2000년 12월16일 체결된 남북투자보장합의서다. 당시 남북은 6·15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이 합의서를 체결했으며, 남북 간 교류·협력이 활성화되면서 투자 자산을 보호하고 분쟁 해결수단을 규정하고자 마련됐다.
정부는 해금강 호텔과 금강산 골프장, 온정각, 금강산 문화회관, 구룡빌리지, 고성항 횟집 등에 대한 철거가 지속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또 금강펜션타운 등 일부 시설은 이미 철거가 완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미국의소리(VOA)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고성항 횟집 건물을 철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고성항 횟집은 2003년 12월 관광지구의 북측 항구 부근에 개관한 시설로, 236석 규모의 식당이다. 소유는 현대아산, 운영은 일연 인베스트먼트가 맡는 구조였다.
해당 건물의 철거가 완료된 시점은 지난달 중순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앞서 올 3월부터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에 대한 철거를 시작했고, 4월 들어서는 한국 리조트 기업 아난티가 운영하던 금강산 골프장의 숙소 8개동을 해체했다.
또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북한이 8월부터 한국 정부 소유의 이산가족 면회소와 온정각, 구룡빌리지, 금강펜션타운 등에서 철거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엔 한국관광공사가 거액을 투자한 문화회관 건물의 지붕이 뜯긴 사실이 확인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이 일대 한국 측 시설에 대한 해체를 명령한 만큼 나머지 건물들도 조만간 철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총비서는 2019년 10월 금강산을 시찰한 뒤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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