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욱 기자] “현빈으로 한번 살아 보시렵니까? 군수 한 번 더 하시렵니까? 군수님 밸런스 게임입니다. 선택해주이소…”
흔히들 겁을 상실했다는 소리를 듣는 ‘이음이’(8급 이하, 소위 MZ세대 공무원들)들은 당돌했고, 오태완 경남 의령군수는 연신 진땀을 빼는 등 혼쭐이 났다.
의령군은 오태완 군수 취임 100일을 맞아 특별한 이벤트를 열었다. 8급 이하 직원 100명과 오 군수가 토크로 ‘한판 대결’을 펼친 것이다.
지난 17일 ‘생각이음 콘서트’는 의령군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령살리기운동’의 아이디어 개발을 위해 기획한 ‘생각이음의 날’의 확장판으로 의병박물관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개그맨 정범균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이음이’의 활약이 단연 으뜸이었다. ‘이음이’란 새로운 생각과 열린 마음을 가진 8급 이하 직원들로 이들은 매주 개최되는 ‘생각이음의 날’ 회의에 참석해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음이들은 군수에게 바라는 내용을 ‘이음나무’에 부착해 놓고 질문을 진행했다. 머리숱이 많은 비결, 최애 맛집 추천, 골프 실력 등 사적인 질문이 줄을 이었다.
오 군수는 “머리숱은 타고난 것·사장님 원성 듣기 싫어 맛집 상호 공개 불가·공 가지고 노는 것은 다 좋아한다. 그리고 싸움도 제법 한다”면서 유쾌하게 받아치며 즐거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의령 군정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답변도 오갔다. 기획예산담당관 홍어록 주무관은 “‘당근’을 많이 주면 조직이 더 활기를 띨 것이다. 포상을 많이 늘렸으면 좋겠다”, 농업기술과 김태현 주무관은 “의령에서는 아이들이 외국어를 배우기 쉽지 않다. 영재교육과 더불어 초중고 특화 외국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부모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게 해야 한다”고 각각 제안했다.
이에 오 군수는 “나도 공감하는 좋은 질문이다”면서 “군은 초중고 특화사업을 위해 현 교육청 터를 매입해 교육과 관련된 다각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오태완 군수의 영혼을 단짝을 찾는 ‘두근두근 밸런스 게임’에서는 도시재생과 박지민 주무관이 최종 우승했다.
‘생각이음 콘서트’ 마지막에는 신규 공무원들이 오태완 군수께 바라는 점과 공무원으로서의 첫 다짐을 밝힌 영상이 공개됐다. ‘겁 없는 신규들’이라는 주제에 맞게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는 강한 메시지가 오 군수에게 전달됐다.
오 군수는 “축복 같은 하루였다. 자식 같은 여러분들을 위해 고향의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하겠다”면서 “관료제적 형식주의, 불필요한 문서 중심주의 보고는 의령군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혁신의 싹을 틔울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의령군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오늘처럼 편안하게 군수실 문을 두드려 달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