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가구·인테리어 업계가 결혼과 이사 등이 몰리는 가을 성수기에도 울상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에 조만간 발표할 3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17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2691건이 거래됐다. 아직 부동산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 이내)이 2주가량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9월 거래량이 1000건을 돌파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7월과 8월 거래량도 각각 644건과 675건에 그쳤다. 이달엔 85건의 거래만 신고됐다. 단독·다가구 주택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부동산 거래량은 가구·인테리어 업계의 호황과 불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다. 집의 손바뀜이 많을수록 새 가구와 인테리어를 구매하는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잇따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금리가 갈수록 높아지자 대출 부담과 집값 하락 등의 이유로 부동산 시장이 장기간 후퇴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가을 이사철임에도 가구업계 분위기도 어두워지고 있다.
한샘은 올해 1분기 매출 5259억원, 영업이익은 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4.9% 감소했고 영업익은 60.2% 줄었다. 2분기엔 상황이 더 악화됐다. 매출은 499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1억원으로 무려 92.4% 급감했다. 3분기 실적도 부진할 전망이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한샘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1% 줄어든 5083억원, 영업이익은 69% 감소한 70억원으로 추정된다"면서 "올해 주택매매 거래량이 급감해 핵심 사업인 B2C가 부진했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 감소폭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현대리바트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687억원, 2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0.4% 줄었다. 2분기 매출은 36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98% 늘었으나 약 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50억원 흑자였다. 가구 가격을 잇달아 인상하며 실적 방어에 나섰음에도 원자재와 물류비 상승 부담을 상쇄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외 환경 악화로 올해 B2C 가구 매출은 3.7%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홈인테리어는 손익분기점(매출 1000억원)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LX하우시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809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25억원으로 79.1% 급감했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X하우시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6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4.5% 줄어들 것"이라며 "환율, 원자재, 인건비, 유가, 물류비 등의 상승과 주택시장 부진으로 3분기에도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기업도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가구 공룡’ 이케아가 지난달 발표한 2022년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실적을 보면 매출이 618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9% 줄었다. 한국 진출 8년 만의 첫 역성장이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실적 감소의 배경으로 코로나19와 주택 거래량 감소 등을 꼽았다.
현재 가구·인테리어 업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제품 품질 향상과 오프라인 매장 확대 등으로 고객 붙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한샘은 이달 인테리어 하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무한책임 리모델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공 투명성과 고품질을 보장하는 6단계 솔루션으로 제품을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LX하우시스는 지난 13일 배재대와 인테리어 전문가 양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장 맞춤형 인테리어 실무 교육과 우수 인재 발굴 등으로 제품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현대리바트는 토탈 인테리어 브랜드 ‘리바트 집테리어’를 출시하고 플래그십 스토어인 ‘리바트토탈 강남’을 재단장했다. 연내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직영 전시장 12곳을 ‘리바트토탈’로 전면 재편할 계획이다. 신세계까사도 오프라인 매장인 ‘까사미아’를 연내 110곳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주택시장 전망이 좋지 않아 가구업계의 회복 시기를 가늠하긴 어렵다"면서 "오프라인 지점 늘리기식 출혈 경쟁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혹한기에 대비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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