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게철 앞두고 알래스카 대게 급감 … “기후변화 영향 의심”


2018년 80억 마리→지난해 10억 마리 … 올해 대게잡이 금지
과학자들 “베링해 대게 급감 원인은 남획보다는 온난화”

대게는  수심이 깊은 곳에서 서식하며 우리나라와 더불어 일본, 러시아, 알래스카 등에서 잡힌다. 사진=아시아경제DB

대게는 수심이 깊은 곳에서 서식하며 우리나라와 더불어 일본, 러시아, 알래스카 등에서 잡힌다.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본격 대게철인 12월을 앞두고 미국 알래스카 인근 해역의 대게 수가 최근 3~4년 새 8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해 올해 대게잡이가 금지됐다.


알래스카 어업위원회와 북태평양어업관리위원회(NPFMC)는 지난주 베링해의 대게 개체 수가 어로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들 기관은 또 알래스카 남서부 베링해 연안 지역인 브리스틀만의 붉은 킹크랩 어로 작업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벤저민 데일리 알래스카 어류·야생동물부 연구원은 "베링해의 대게가 2018년 80억 마리에서 지난해 10억 마리로 급감했다"며 "베링해에서 잡히는 게 중 가장 많이 잡히는 대게가 이렇게 감소한 것은 충격적이며 주목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알래스카 어업 관계자들은 이들 해역의 어로작업 금지 이유로 남획을 꼽는다. 마크 스티허트 알래스카 어류·야생동물부 해저 어류·갑각류 어업 조정관은 "자연에서 번식해 늘어나는 개체 보다 잡히는 개체가 더 많다"며 "베링해 어족자원 조사 결과 올해 성체 수컷 대게가 지난해보다 40%나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6일(현지시간) CNN의 보도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과학자들은 베링해의 대게 감소 원인을 '남획'으로 한정하는 것은 진짜 이유를 설명해주지 못한다며 기후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다.

마이클 릿조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코디액어업연구소 소장은 "남획이 대게 개체 수 붕괴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명확하다"며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가 대게가 사라지게 한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게는 냉수 어종으로 수온이 2℃ 이하인 곳에서 주로 발견된다며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알래스카 인근 바다의 해빙이 사라지면서 대게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8년 수행된 많은 연구에서 베링해의 수온이 높아지고 해빙이 감소한 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북극의 기온 상승은 다른 지역보다 4배나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알래스카 베링해 등 북극 지역 해빙(海氷)이 급속히 사라지면서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대게는 긴 다리가 대나무 마디와 흡사하다고 하여서 대게라 불린다. 대게는 바다에서도 수심이 깊은 곳에서 서식하며 우리나라와 더불어 일본·러시아·알래스카 등에서 잡힌다. 우리나라에서 대게 서식지로 유명한 곳은 경북의 울진·영덕 등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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