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스웨덴·중국에 이어 우리나라는 비현금 결제비율 90%로 ‘현금 없는 사회’의 선두에 있다. 또 MZ세대 열명 중 아홉명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OO페이 사용자다. 이처럼 대부분의 결제가 디지털머니로 이뤄지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희생시키고 편의성을 취했을까? 그 중심에 어떤 이해관계자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을까? 빅파이낸스와 빅테크가 융합된 핀테크기업은 현금을 대체하기 위해 ‘클라우드머니(디지털머니)’를 시장에 침투시키고 있다. 이 책은 디지털머니 확산을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 일상에서 실재 현금을 없애기 위해 코로나19가 무기화되는 과정을 넘어 화폐의 미래상까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인간과 돈의 관계는 기술에 대한 인간의 애착보다 훨씬 더 깊고 심오하다. 사람들은 은행 잔고가 거의 바닥나서 곧 시장접근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공황 상태에 빠진다. 내게도 시장접근성을 잃는 것은 장거리 운항 비행기에 탄 골초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하다. 시장접근성을 잃으면 메마른 땅 위에서 물을 향해 몸을 파닥거리면서 서서히 질식해 죽어가는 물고기가 된 기분일 것이다. 돈은 우리가 생존을 위해 의존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접근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고로 돈은 궁극적인 의존대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의 돈을 직접 보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은행계좌에 찍힌 디지털화폐는 은행이 통제하는 원거리 데이터센터에 존재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컴퓨터·결제카드 등을 통해 은행의 데이터센터와 소통한다. ‘현금 없는 사회’는 우리의 금융거래 능력을 금융기관이 위탁받아 관리하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p.23 돈과 기술이 안고 있는 모순
블록체인기술은 전반부에서 잠깐 언급하고 지나갔던 갈수록 심각해지는 금융시장과 기술시장의 과점 현상을 해소할 탈중앙집권적 대안을 제시하겠노라고 본래 약속했다. 초기에는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하면 민간인의 사생활 침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디지털 시대에 국가와 기업의 힘이 어느 한 곳으로 지나치게 집중되는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 블록체인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블록체인기술은 그 자체로 애매한 모순점들을 많이 갖고 있다. 그중에 하나는 금융기관과 대기업이 블록체인기술에 진저리치기보다는 그 기술을 자신들의 시스템에 흡수시키지 못해서 안달이 났다는 것이다.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은 분산된 개인들의 네트워크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바로 그 블록체인기술을 자체 조직 내부의 과점 현상을 조율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p.38 암호화폐의 등장
클라우드 머니 | 브렛 스콧 저자(글) · 장진영 번역 | 452쪽 | 쌤앤파커스 | 1만7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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