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돌산읍 금오산에는 향일암(向日庵)이 있다.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수도하다가 관세음보살을 뵈었다는 사찰이다. 근대에는 뒷산 바위가 거북 등처럼 생겼다고 해 영구암(靈龜庵)으로 불렸다. 최근 개칭된 향일암은 햇볕을 마주하고 보는 절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일출이 무척 아름답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여수 금오산 향일암 일원'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고 13일 전했다.
이곳은 남해 수평선 위로 솟아오르는 해돋이 경관과 하늘과 맞닿은 봉황산(금오산의 모산) 지평선, 여수만 건너 남해 금산 등 다양한 해상경관을 갖춘 최적의 자연 조망지다. 지형은 거북(금오산 지형)이 경전(향일암)을 등에 짊어지고 남해 용궁으로 들어가는 형상이다. 거북 등껍질 무늬의 암석들과 석문(石門·비석, 벽돌 등에 새긴 글), 기암절벽 사이 울창한 동백나무숲 등이 조화를 이뤄 자체 경관부터 빼어나다. 1984년 전남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관리돼왔다.
중심을 이루는 향일암은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4대 해수 관음기도도량(관음보살을 두고 기도하는 곳)으로 꼽힌다. 섬 지역 불교문화를 살피는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인근에 돌산군관청, 돌산향교, 은적암, 방답진성(조선 수군 기지 방답진 성터), 굴강(선박을 정박·수리·보수한 조선 군사시설) 같은 문화유적이 있어 역사·학술 가치도 높다고 평가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정작, 누각 등의 조형물과 자연물로 이뤄진 조망지"라며 "명승 요건인 자연물, 자연현상, 주거지, 유적 등이 두루 확인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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