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핵 사용 가능성을 확신한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머스크 CEO는 곧바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더힐 등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전날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뉴스레터에 머스크 CEO가 푸틴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눴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외교 전문가로 알려진 브레머 회장은 자신이 2주 전 머스크 CEO와 대화를 나누게 됐고 이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과 주고받은 대화에 대한 내용을 듣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뉴스레터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지속적인 크림반도 소유, 우크라이나의 중립 지위 공식 인정,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합병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인정, 헤르손과 자포리자 통제 등의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머스크 CEO에 밝혔다고 소개했다.
브레머 회장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자신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크림반도를 공격하면 이러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푸틴 대통령이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브레머 회장은 "당초 이와 관련해 쓸 계획은 없었으나 머스크 CEO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브레머 회장의 뉴스레터를 본 노스만트레이더의 스벤 헨리치 설립자가 머스크 CEO에 사실인지 여부를 답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머스크 CEO는 트위터로 "사실이 아니다. 푸틴과 대화한 것은 딱 한 번이며 18개월 전이었다"면서 "주제는 우주에 관한 것이었다"고 답했다.
머스크 CEO가 이를 부인하자 브레머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추가로 글을 남겼다. 그는 "나는 이미 공개적으로 얘기했듯 머스크를 독특하고 세계를 바꾸는 기업가로 오랫동안 존경해왔다. 그는 지정학 전문가가 아니다"라면서 "나는 24년간 지정학에 대해 24년간 매주 뉴스레터를 써왔고 솔직하게 이를 썼으며 이번 주도 다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론 머스크는 내게 그가 푸틴, 크렘린(러시아)과 직접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고 크렘린의 '레드라인(금지선)'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도 말했다"고 밝혔다.
브레머 회장의 추가 트윗에 머스크 CEO는 또다시 "아무도 브레머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브레머 회장과 머스크 CEO의 이런 논쟁은 머스크 CEO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내놓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일 머스크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합병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점령지 네 곳(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주)에서 유엔(UN) 감독 아래 주민투표를 재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머스크 CEO는 "1783년 이후 니키타 흐루쇼프의 실수가 있을 때까지 크림반도는 러시아 영토였다"면서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머스크와 러시아를 지지하는 머스크 중 당신은 어떤 머스크를 더 좋아하냐"며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일론 머스크와 같은 인물이 현 상황에서 평화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 매우 긍정적"이라며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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