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IAEA 사무총장과 회담…"핵활동 정치화 위험"

바이든 '아마겟돈' 발언 비판
자포리자 원전 문제 협력 약속
러군, 자포리자 원전 부소장 납치 의혹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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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회담을 갖고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핵안전 문제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풀 준비가 돼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위협을 강조하면서 사용한 '아마겟돈(성경에서 묘사된 인류 최후의 전쟁)' 발언을 비판하며 핵활동과 관련한 과도한 정치화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그로시 사무총장과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자포리자 원전을 언급하며 "러시아는 모든 문제를 풀 준비가 돼있다"며 "상호 관심있는 모든 주제와 우려스러운 주제에 대해서도 기꺼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날 핵 활동에 관한 모든 것에 과도하고 위험한 정치화의 요소가 있다"며 "IAEA의 노력 덕분에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방해와 복잡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수사를 줄이고 핵 활동과 협력을 정상 상태로 돌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앞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우려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아마겟돈 발언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아마겟돈’ 위험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며 "푸틴이 전술핵이나 생화학 무기를 언급할 때 그건 농담이 아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항상 모든 국가가 평화로운 원자력 혜택에 대해 동등한 접근권을 가질 것을 옹호했다"며 "우리 입장은 언제나 그랬듯이 군사적 핵기술의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도 "자포리자 원전을 포함해 핵 안전에 대해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실제 러시아가 IAEA가 요청하고 있는 자포리자 원전의 비무장지대 설정에 동의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 중인 러시아군이 원전 소장 납치에 이어 부소장도 납치해 원전 운영권을 탈취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자포리자 원전의 운영을 관리하는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인 에네르고아톰사는 성명을 통해 "자포리자 원전의 인력운영 책임자인 발레리 마르티뉵 부소장이 10일 납치돼 행방이 묘연하다"며 "그가 러시아측에 납치돼 원전 내 우크라이나 근로자 정보를 내놓으라고 압박을 받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군은 지난달 자포리자 원전 소장인 이호르 무라쇼프를 납치했다가 며칠 뒤 우크라이나 점령지로 추방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군은 무라쇼프 소장에게 원전 운영권을 넘기라는 협박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앞서 자포리자 원전의 국유화를 선언했고, 향후 운영권도 에네르고아톰에서 러시아 기업으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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