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빛과 넋: 장상의 60년展=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가을 기획전으로 '빛과 넋: 장상의 60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를 대표하는 한국 화가로 전통성과 현대성, 문인화와 추상미술의 미감을 융합하여 독자적인 길을 개척한 장상의의 작품세계 전반을 망라, 조명하는 전시다. 먹과 채색, 종이와 비단을 비롯한 다양한 재료를 탁월한 조형의식으로 다루었던 작가의 60여년에 걸친 작품세계를 감상할 기회다.
빛과 넋은 60년에 걸친 작가 장상의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작가의 오랜 화력(畵歷) 동안 작품의 지향점이나 표현방식은 끊임없이 변해왔지만, 빛과 넋이라는 주제 의식은 달라진 적이 없었다. 이번 전시는 빛과 넋에 초점을 맞추어 작가의 작품을 돌아본다. 작가에게 있어 초기 작품세계에 해당하는 60년대와 70년대는 그리는 재료로서 먹의 중점적 활용과 바탕재로서 독특한 효과를 내는 마포와 모시 등의 사용 그리고 방법으로서 추상(抽象)의 지향을 특징으로 한다.
최근 작가는 초기 작업에서처럼 다시금 먹을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먹의 진하고 옅은 세 가지 농담으로 면 분할된 화면은 독특한 기하학적인 구성미를 느끼게 한다. 이것만으로 허전할 수도 있는 화면, 그 사이를 한 줄기 날카롭고 곧은 금색의 선이 파고드는 절제된 미감을 담아냈다. 작품은 고통의 시간으로 은유되는 밤과 어둠 사이로 결국 날이 밝아 해가 비추는 순간을 담은 작가의 희망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4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11월 27일까지,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이천시립월전미술관,
▲김지구 개인전=TYA갤러리는 김지구 작가의 초대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2021년 10월부터 작업을 시작한 1년 차 신진작가이며 올해 홍익대학교에서 진행된 '2022 ASYAAF'에서 독특한 작업으로 많은 이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작품 총 18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가공되지 않은 지구의 모습을 담아내고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는 자연 ‘날 것’에서 받았던 느낌을 그대로 작품에 담아내고자 충실히 대상을 묘사하여 이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듯한 시점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림 속 생명체들처럼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하는 작가는 “사람은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발전시키며 그 속에서 상처도 입고 견뎌내며 살아간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경쟁사회 속에서 한 템포 천천히, 느리지만 그저 순간을 즐기면서 살아가다 보면 나만의 지구 속에서 평화를 찾지 않을까"라고 덧붙인다.
아직 완벽히 찾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작품 속 생명체들처럼 평화로워지는 순간이 오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은 전시를 통해 감상자가 보존하고 싶은 지구 속 생명체들로부터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끼며 평화로운 순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감정을 선사한다. 전시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TYA갤러리 서촌.
▲이희돈 개인전 ‘인연(緣):세상과의 소통’=단색화 2세대로 활동하는 이희돈 작가의 개인전이 성곡미술관에서 열린다. 포스트 단색화의 선두주자 이희돈 작가는 닥나무 한지 섬유와 물감을 조합하여 본인만의 독자적이고 한국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반(半)응고 형태의 물감이 주체적으로 다른 물감과 얽혀, 다양한 형상으로 캔버스 위에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무수히 얽힌 물감들의 형상은, 인간의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인연(緣)‘ 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인간의 삶 속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물질들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다양한 인연을 맺고, 세상과 소통하고자 40여년째 같은 주제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한지를 녹여 아크릴물감과 혼합하는 작업은 질감 표현이라는 효과와 더불어 전통문화와의 정신적인 유대라는 의미를 내재한다. 한국인의 정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인 겸손한 태도는 자신의 존재감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감추려는 속성을 뜻한다. 달리 표현하면 자신을 낮추거나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겸양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서와 그의 작업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내용상으로는 엄연히 존재하나 그 사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다만 그 존재감을 은연중에 내비치는 것이야말로 겸양의 미덕이다. 작가가 작업을 통해 한지라는 섬유질의 존재감을 슬쩍 드러내는 것도 이러한 정서와 상통한다. 작업의 가장자리에 실오라기처럼 드러나는 섬유질의 표현적인 이미지가 바로 한국인의 정서적인 특징의 한 단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가는 캔버스나 박스 위에 구멍을 뚫는 타공 기법과 특허까지 받은 닥나무를 빻아 아크릴 물감과 혼합한 독자적 재료를 정신 수양에 가까운 반복적 행위로 쌓으며 화면을 구성한다. 수십여 번 수평적, 수직적으로 쌓아가며, 빠르게, 또는 천천히 수행하듯 이어가는 작업에서 이희돈 작가 특유의 입체적 형상이 나타난다. 재료의 연구와 실험정신으로 그는 재료 발명특허(제10-1487418호)를 취득하고 단색화 열풍 속에서 꾸준히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전시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성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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