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 30년 천착한 인간 정신성과 조각 본질

성북구립미술관 '시간의 초상: 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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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인간 실존을 성찰해온 조각가다. '인간'과 '조각'의 본질에 천착해왔다. 인체의 운동감이나 추상성이 두드러진 작품을 제작했다. 제작 방식을 바꾸고 우연성이 중시되는 형상도 만들었다. 비전통적 재료의 물질성에 주목하기도 했다.


조각 자체의 힘과 본질을 추구해온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성북구립미술관이 지난 5일 연 '시간의 초상: 정현'이다. 정현의 손을 거친 1980년대 후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100여 점을 공개한다. 인간의 정신성과 조각의 본질을 탐구하며 독자적 조형 세계를 구축한 여정과 주요 변곡점을 되짚어본다.

프랑스 유학 시절인 1980년대 후반 작품들은 사실적 인체에서 점차 반구상적 표현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앙상한 뼈대와 근육, 절단된 신체의 단편들로 이뤄진 '선조(線彫)' 작업도 눈에 띈다. 선조란 가는 선으로 쌓아 올리거나 선을 파 들어가는 조각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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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작품들은 전통적인 조각 도구인 헤라 대신 각목이나 삽이 사용됐다. 흙덩어리를 치거나 잘라내어 형상을 만들었다. 이 시기에 제작된 석고 직조도 인체의 세부 형태는 생략돼 있다. 과감한 동작과 감정의 흔적들에 더 주안점을 뒀다. 반면 최근 작품들은 침목, 석탄, 잡석, 아스콘 등 비전통적 재료들의 물질성이 돋보인다.


전시는 12월 4일까지 이어진다. 김경민 학예연구사는 "인류의 영원한 화두인 '인간'에 대한 작업을 통해 '인간의 정신성과 실존의 에너지'를 지향해온 작가"라며 "지난한 여정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인간 존재의 실존에 관한 깊은 성찰의 장을 제시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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