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서울 청약시장에 선착순 분양 사례가 나왔다. 그간 미분양을 털기 위해 'N차 줍줍(무순위 청약)'을 반복해왔는데 이마저 미달되자 임의 처분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무순위 청약 관심마저 시들해지면서 앞으로 선착순 분양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한화포레나미아는 현재 선착순 지정호수 계약을 진행 중이다. 선착순 계약은 분양 당시 미달될 경우 이를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무순위 청약과 같지만 동·호수를 지정할 수 있고 주택수·거주지와 상관없이 신청 가능하다. 재당첨 제한도 없다. 한화포레나미아의 경우 서울임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소유권이전 등기일 이후 전매가 가능하며, 실거주 의무가 없다.
이곳은 앞서 지난 3월 본청약을 진행해 완판됐지만, 정당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반복되며 이후 4차례 추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무순위 청약 이후에도 완판 후 미계약이 반복되자 입주자모집 공고문에 청약 자제 호소문을 내걸기도 했다.
이후 무순위 청약 인기도 시들해지며 지난 8월 70가구 모집에 25가구만 모이는 등 무순위 청약도 미달되자 선착순 분양으로 노선을 바꿨다. 현 제도상에선 무순위 청약에서 한 번 미달이 나야만 사업 주체가 선착순 분양 등을 진행할 수 있다. 분양 관계자는 "전용면적 80㎡·84㎡에서 60여가구가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할인 분양은 함께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서울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순위 청약 역시 입지나 분양가를 따져 사람이 몰리기도 미달되기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포레나미아 역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게 형성된 것이 인기를 끌지 못한 주요인이었다. 이 단지 전용 84㎡ 분양가는 11억원대에 형성됐는데, 인근 대장 아파트인 래미안트리베라의 최근 실거래가 9~10억원대보다 비싸다.
무순위 청약 미달, 선착순 분양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도봉구 창동 다우아트리제는 지난달 말 4번째 무순위 청약에서 일부 평형이 미달됐다. 전용 58㎡·59㎡의 경우 21가구 모집에 16명만 신청하면서다. 구로구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 역시 전용 84㎡가 120가구 모집에 단 19명만 신청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미달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간과 비용 부담만 더해지는 무순위 청약 제도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손보고, 선착순 분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창동 다우아트리제 등은 전체 미달이 아닌, 일부 평형 미달인 만큼 다시 'n차 청약'을 진행해야 한다. 현행 주택공급 규정상 타입별 경쟁률이 평균 1대1을 넘는 아파트는 무조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해야 해서다. 경쟁률이 유지된다면 모두 판매되기 전까지 무순위 청약을 반복해야 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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