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한달새 약 197억달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13년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치솟자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 매도를 늘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면서 경제 위기 우려가 나오지만 한국은행은 "아직 충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6일 발표한 '9월 말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전월 말 대비 196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이는 2008년 10월 약 274억2000만달러가 줄어든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해 4382억8000만달러까지 줄었다가 7월에 소폭 상승한 뒤 지난달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한은은 이달 외환보유액 감소 배경에 대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 감소,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은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원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매도한다. 최근 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원·달러 환율이 1440원까지 치솟자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유가증권 3794억1000만달러(91.0%), 예치금 141억9000만달러(3.4%),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141억5000만달러(3.4%), 금 47억9000만달러(1.2%), IMF포지션 42억3000만달러(1.0%)로 구성됐다.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었지만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8위로 오히려 1단계 상승했다.
중국이 한달새 492억달러가 줄었음에도 3조549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1조2921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이어 스위스(9491억달러), 러시아(5657억달러), 인도(5604억달러), 대만(5455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66억달러) 순이었다. 홍콩은 한달새 외환보유액이 100억달러 줄면서 순위가 9위로 내려갔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었음에도 여전히 충분한 수준이라며 외환위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최근 환율 상승 기대가 있어 수입업체에선 좀 더 당겨서 외환을 매입하고, 수출업체는 좀 더 늦춰서 달러를 매도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개입했던 것인데 의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 없이 충분하다"며 "외환보유액이 단기적인 외부 충격에 대응해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보조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현재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8년과 비슷한 외환위기 사태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있는데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며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달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동일 신용등급 국가에 비해 건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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