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차' 뽑고 전시한 만화영상진흥원 제재 불가피(종합)

문체부 "승인사항 위반 확인, 관련 조치 엄정히 이행"
조용익 부천시장 "문화 통제, 민주주의 언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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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를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제재가 가해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만화영상진흥원이 전국 학생만화공모전을 진행하면서 문체부 승인사항을 위반했다고 4일 전했다. 만화영상진흥원이 후원 명칭 사용승인을 요청하며 제출한 공모전 개최 계획에는 네 가지 결격 사항이 명시돼 있다. ▲작품 응모자가 불분명하거나 표절·도용·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경우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 ▲응모 요강 기준(규격·분량)에 미달된 경우 ▲과도한 선정·폭력성을 띤 경우다.

논란이 된 작품은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윤 대통령 얼굴이 열차 전면에 그려져 있다. 조종석에는 부인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여성이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그 뒤 객실에는 칼을 든 검사 복장의 남성들이 줄줄이 타고 있다. 열차 앞에서 시민들은 놀란 표정으로 달아나고 있다.


'윤석열차'는 지난 7~8월 진행된 전국 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을 받았다. 지난달 30일~10월 3일 열린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전시되기도 했다.


문체부 측은 "결격 사항이 공모 요강에서 빠졌으며 심사위원에게도 공지되지 않았다"며 "미발표된 순수창작품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검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화영상진흥원이 당초 승인사항을 결정적으로 위반해 공모를 진행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만화영상진흥원은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나 올해 문체부의 만화 관련 사업비 102억원 가운데 일부를 지원받는다. 공모전 대상으로 문체부 장관상도 수여한다. 앞으로 이 같은 혜택을 누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문체부 후원 명칭 사용승인에 관한 규정 제9조에는 "후원 명칭을 사용하는 행사의 진행 과정에서 승인한 사항을 위반해 후원 명칭을 사용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또는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신청서류를 작성·제출한 경우 소관부서는 승인사항을 취소하고 그때부터 3년간 후원 명칭의 사용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 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했다"며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고 항변했다. 이어 "충분한 승인 취소 사유"라며 "규정에 따라 신속히 관련 조치를 엄정히 이행하고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문체부의 강경한 대응에 조용익 부천시장은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드러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소년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어디선가 상처받아 힘들어하고 있을 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카툰 공모에 왜 풍자를 했냐고 물으면 청소년이 뭐라고 답을 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만화는 사물의 형태나 사건의 성격을 과장되거나 생략된 표현으로 웃음의 소재나 풍자의 대상으로 삼은 회화를 뜻한다. 조 시장은 "문화에 대한 통제는 민주주의의 언어가 아니다"라며 "김대중 대통령께서 늘 강조하신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문화에 대한 철학이 새삼 와닿는 오늘"이라고 썼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영화인들과 만찬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 기조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이다"라고 말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도 지난 5월 취임사에서 "문화예술 세계에 익숙할수록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다짐이 제대로 실천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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