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법원 경매시장마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건이 나오는 족족 새 주인을 찾던 서울 아파트마저 유찰이 계속되며 낙찰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건들이 응찰자들에게 외면 받으면서 낙찰가율도 80%대로 내려앉았다.
2일 법원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의 평균 낙찰률은 전달보다 14.1%포인트 떨어진 22.4%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1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2008년 12월(22.5%)보다 낮았다. 낙찰률은 입찰에 부쳐진 물건 중 낙찰자가 결정된 물건 수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컨대 10건 중 2건가량만 낙찰됐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지난해 2월 80%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실상 경매로 나온 10건 중 8건이 새 주인을 찾은 셈이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3분의 1 이하(57.6%포인트)로 떨어진 셈이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의미하는 낙찰가율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은 전달보다 4%포인트 하락한 89.7%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3월 이후 최저치로 코로나19로 법정 휴정일이 많았던 2020년 3월을 제외하면 3년 반 만에 80%대로 떨어진 것이다. 예컨대 낙찰가율이 89.7%라면 감정가 1억원인 아파트가 8970만원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7개월 동안 110%를 웃돌며 5차례나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매매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외 수도권 지역도 마찬가지로 하락세다. 지난달 인천지역 아파트 낙찰률은 전달보다 4%포인트(p) 떨어진 26.5%를 기록하며 2001년 5월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6월(84.62%) 대비 58.1%p 감소한 것이다. 낙찰가율 역시 이달 80%를 기록하며 120%대를 기록하던 지난해 하반기보다 크게 하락한 모습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달 낙찰률은 33.8%로 나타나며 3분의 1가량의 물건이 유찰됐다. 이는 2019년 8월 이후 47개월 만에 최저치다. 낙찰가율은 79.7%로 지난 7월 90%대에서 2개월 만에 70%대로 떨어졌다.
수도권 아파트 법원경매 시장이 위축된 것은 기준금리 연속 인상과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향후 아파트 매매 시장의 전망도 어두워지면서 경매시장에 몰리던 투자 수요도 관망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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