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코로나 손실보상금으로 받은 돈이 올해 이자 비용으로 다 나가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차명우(46)씨는 사업자 대출을 좀 더 받으려 은행을 알아보고 있다. "금리가 너무 올라서 이미 기존 대출 이자도 작년보다 30만원씩 더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요즘 배달까지 바닥을 치고 있어 버티려면 신규로 대출이 2000만원 정도 더 필요한데, 대출금리가 5% 가까이 된다고 하니 빌릴 엄두도 안 난다. 장사를 접고 택시 운전대를 잡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5%를 넘겼다. 1년 전과 비교해 1%포인트 이상 오르며 중소기업과 이자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 30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 공시를 보면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취급한 개인사업자 평균 대출금리는 3.59~5.09%였다.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1~3등급인 개인사업자들도 금리 4%(3.26~4.70%)대 대출을 받은 형편이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평균 대출금리(4.02~5.43%)는 개인사업자보다 더 높았다. 다만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은행이 대출을 해줄 때 이익을 남기는 가산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는 작년과 비교해 올해 5대 은행 모두 일제히 떨어졌다. 개인사업자 대출 가산금리는 작년 1.61~2.86%에서 올해 0.78~2.56%로 하락했다. 중소기업 대출 가산금리 역시 같은 기간 2.08~3.16%에서 1.33~2.87%로 떨어졌다.
한편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평균 금리 수준은 최근 들어 가계대출 금리를 넘어섰다. 5대 은행 기준으로 기업대출 금리가 가계대출 금리를 앞선 곳은 KB국민은행(기업 4.45%·가계 4.42%), 하나은행(기업 4.47%·가계 4.33%), NH농협(기업 4.26%·가계 4.21%)이었다. 7월만 해도 하나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은 모두 기업대출 금리가 가계대출보다 낮았는데, 8월에 역전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시중은행들이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BIS비율) 악화를 막기 위해 기업대출까지 더 늘리지 않으려고 하는 게 최근 기업금리가 올라간 이유 중 하나"라며 "회사채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을 찾는 기업대출 수요가 연초보다 더 많아졌고, 금융채 금리가 8월에 급격히 상승한 것도 기업대출 금리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기업들은 더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달 초 국내 제조기업 307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금리 인상의 영향과 기업의 대응 실태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61.2%가 "고금리로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자 부담에 따른 자금 사정 악화'가 67.6%로 가장 많았다. 최근 금리 상황에 대해 금융당국에 바라는 지원책으로 기업들은 ‘고정금리 전환 지원’(34.9%)을 가장 많이 꼽았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