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야간에 사람이 아닌 로봇이 자동으로 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배달하고, 인공지능(AI)으로 입원한 환자의 욕창·낙상사고 위험을 예측해 안전관리를 극대화한다. 각 병원 중환자실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환자 상태도 모니터링할 수 있고, 단순업무는 자동화해 바쁜 의료진들의 편의를 지원한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부르는 미래 ‘스마트병원’의 단면이다.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에서는 이 같은 최첨단 미래 병원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스마트병원 특별전’에는 현재 스마트병원 사업을 진행 중인 강원대병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아주대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용인정신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 8개 병원이 현재 추진 중인 스마트병원 모델을 소개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3개 분야씩 총 18개의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환자의 방문부터 외래·응급진료, 수술, 중환자실, 병동, 퇴원까지 병원 내 이뤄지는 전 주기의 첨단화를 통해 의료서비스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별전에 참여한 병원들은 현재 구축하고 있는 스마트병원 선도모델을 소개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스마트물류’를 앞세웠다. 현장의 물품 실사용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표준수량 모듈’이 매일 필요한 수량을 설정하면, 기동성 있는 AGV(무인 운송 차량) 로봇이 사람 동선과 중첩이 최소화되는 야간에 설정된 스케줄과 동선대로 진료현장에 필요한 물품을 무인배송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로봇은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불러 탑승하고, 목적지에 도착해 물품보관실 문을 RFID(전자태그)로 여닫을 수 있다. 의료진이 별도로 물품을 청구할 필요도, 재고가 남지도 않으며 검수와 배송에 인력이 투입될 필요가 없어진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원격중환자실 실시간 모니터링과 비대면 협진 시스템을 구축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협력 병원의 중환자실을 거점병원에 연결해 부족한 중환자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안전하면서도 양질의 중환자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권역별 중환자실 병상 현황과 이상징후 발생 환자, 임상지표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웹캠을 통해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이용, 먼 병원의 중환자실 환자를 거점병원 의료진이 진료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감염병에 대비한 스마트 통합 감염관리 시스템을 선보였다. 감염추적 관리 솔루션을 통해 병원 출입자의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하고, 원내 외래구역 밀집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혼잡 시간 등 공간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병원구역 동선분리기반 비대면 출입관리, 격리병상 비대면 진료 및 환자 정신건강 측정 모니터링 시스템, 5G방역로봇 등도 갖췄다.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을 지원하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의료분야에서 미래의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디지털전환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스마트병원은 의료분야의 디지털전환을 구현하기 위한 연결고리이자 생태계 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는 다음 달 1일까지 열린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제로 스마트병원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등 최첨단 의료산업의 현재를 한눈에 살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와 메타버스·인공지능(AI) 등 달라질 병원과 의료환경을 조망하는 다양한 세미나도 열린다. 윤동섭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 활성화와 감염관리 활동 강화, ICT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헬스케어 분야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대한 올바른 방향 제시와 선제 대응을 위해 내실 있는 박람회 행사 개최와 더불어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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