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 속 확정된 30분 한일 정상회담…'관계 개선 필요 공감대'

'기시다 참석' CTBT 행사장서 개최…2년9개월만에 한일정상회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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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정상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2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서 이뤄졌다. 한일 정상의 양자 회담은 지난 2019년 이후 2년 9개월 만이고, 30분간 약식회담으로 진행됐다.


당초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흔쾌히 합의됐다"며 한일정상회담 성사를 밝혔다. 그러나 일본 측이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르며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이후 대통령실도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이제부터는 노코멘트"라며 말을 아껴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회담 자체도 시작 전까지 성사를 예측하기 어려운 철통 보안이 지켜졌다. 통상 양국 정상 회담 일정은 미리 언론에 공지되고, 공동취재단(풀단)이 꾸려지지만, 대통령실은 회담 4시간여 전 브리핑에서도 회담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풀단 없이 양측 모두 전속 사진사만 들어갔다.


이날 오후 주유엔대표부 1층 양자회담장에서 개최된 한국·독일 정상회담 때는 사전 언론공지·풀단 구성이 이뤄졌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가 조성됐다.


대통령실은 한일정상회담이 시작된 지 2분이 지난 낮 12시 25분께 "한일정상회담이 지금 시작합니다"라는 언론 공지문을 보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약 30분간 진행된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 유엔총회장 인근 한 콘퍼런스 빌딩이라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친구들' 행사장이 있는 건물로, 윤 대통령이 이곳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대면 회담이 성사됐다. 해당 건물은 윤 대통령이 머무는 호텔에서 걸어서 11분, 기시다 총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약 6분이 소요된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이 끝나고 걸어서 숙소로 향했다.


윤 대통령이 회담을 위해 해당 건물에 들어서는 장면이 기시다 총리를 취재하려 대기하던 일본 기자들에게 포착됐다.


영상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식·국회 시정연설 등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있을 때 착용하던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해당 빌딩에서 CTBT 관련 회의가 있었다. 거기에 기시다 총리가 참석했고, 그래서 일본 기자들이 취재를 했다"며 "거기에 윤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일부 일본 취재진에 노출된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있는 곳에 찾아가서 만난 형식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는 "(유엔총회 기간 뉴욕에는) 굉장히 많은 정상이 여러 행사를 하고 있어 장소가 마땅치 않다"며 "그 장소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기시다 총리도 오고, 윤 대통령도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는 그 건물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며 "기시다 총리가 있는 곳에 윤 대통령이 방문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상회담 회동 방식이나 장소가 상당한 의미를 지닌 만큼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찾아간 것처럼 비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부 일본 언론에서 회담 장소가 '주유엔 일본 대표부'라고 보도한 데 대해 이 관계자는 "(회담 장소가) 다른 명칭"이라고 부인했다. 이날 회담 형식은 당초 예상과 달리 정식회담이 아닌 약식회담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약식회담은 구체적 의제를 확정해서 논의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약식회담이란 말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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