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5시50분께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문채석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김포=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중남미와 유럽 출장을 마치고 21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르면 다음 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암) 인수합병(M&A)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14일간의 출장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영국 일정에서 굵직한 M&A 성과를 내는 데 한 발 다가선 셈이란 평이다.
이 부회장은 오후 5시50분께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만나 출장 성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회색 수트 차림에 검은 여행 가방을 밀며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영국 출장 소감에 대해 "주 목적은 현지 임직원과의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의 주요 목적은 오지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정말 열심히 회사를 위해서, 우리나라를 위해서 근무하고 있는 우리 임직원들을 격려하러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대통령) 특사 임명을 받아서 활동 끝나고 런던을 가려 했는데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께서 돌아가셔서 조금 일정이 바뀌었다"며 "그래도 '세기의' 장례식이라고도 하는, 저도 존경하는 여왕님 장례식 참석은 못했지만 같은 도시에서 추모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ARM 경영진과 회동을 했는지, 신사업 성과는 어떤지 궁금하다'는 취재진 질문에 "암 (경영진과의 회동은) 은 안 했다"면서도 "다음 달에 아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께서 서울에 오실 건데, 아마 그때 (M&A) 제안을 하실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했다.
'연내 회장 승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부회장은 "회사가 잘 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며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차량을 타고 자리를 떠났다. 이 부회장은 취재진과 2분여 동안 질의응답을 나눴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1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 짓고 귀국했다. 이번 출장은 대외 공식 출장 중 지난 2018년 10월 이후 가장 긴 일정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북중미(멕시코 파나마 등)와 유럽(영국) 등 2개 대륙 출장을 한 것은 5년 만이다.
14일간의 출장길에서 반도체 관련 대규모 M&A 관련 논의 등이 이뤄졌을 것으로 재계는 봤는데, 이 부회장이 어느 정도는 성과를 냈다는 점을 이날 시사했다. 지난달 12일 광복절 특별복권 후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밝힌 그는 활발한 국내외 현장경영 행보를 보여줬다.
정부와 민간이 총력을 다 하고 있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차원에서 멕시코 파나마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을 예방하는 활동도 잊지 않았다. 멕시코에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박람회 지지를 요청했다. 파나마에서도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을 만나 박람회 지지 호소를 했다.
현지 임직원 '소통 경영'도 잊지 않았다. 멕시코 현지 삼성전자 케레타로 가전 공장과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 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고 전장(자동차 전자장비)기업 하만을 찾아 지역 전장사업도 점검했다. 파나마 현지 법인 직원과의 소통 경영도 수행했다. 이후 캐나다를 거쳐 영국을 방문해 리즈 트러스 총리와의 만남, ARM 등 주요 기업에 대한 M&A 논의 가능성 등이 제기됐지만 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 변수 때문에 공개적이고 공격적인 행보를 밟기엔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뉴 삼성'을 기치로 내걸고 그룹 전체의 미래 전략을 모색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귀국 후에도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옛 미래전략실 같은 최고 의사결정 조직체계) 구축, 지배구조 개편 등 굵직한 현안 해결 속도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 삼성, '승어부(아버지를 뛰어넘음)' 등 그간 제시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그룹의 종합적인 경영 전략을 모색했을 것으로 재계는 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국정농단 재판 파기환송심 최후변론에서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삼성을 만들겠다”며 “이것이 기업인 이재용의 일관된 꿈이며, 나의 승어부"라고 발언했었다.
뿐만 아니라 창립 기념일인 오는 11월1일 전후로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재계의 관측도 나온다. 미등기임원 회장 승진 이후 등기이사가 되는 방법, 등기이사로 복귀한 이후 회장에 취임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회장 승진은 이사회 동의만 얻으면 되고 등기이사가 되려면 주주총회에서 주주 동의 및 승인을 확보해야 한다. 회장 취임을 하려면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중 오너가 회장이 아닌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사법 족쇄' 탈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오는 22~23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등과 관련해 재판이 예정돼 있다. 지난 15일 재판 일정도 예정돼 있었지만 불출석을 신청해 장기간 출장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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